[한자 이야기]<232>賣櫝還珠

  • 입력 2007년 7월 2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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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구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좋고 유익한 물건을 구하는가?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과일을 구할 때 영양분이 많고 맛이 좋은 것보다는 빛깔이 좋은 것을 선택한다. 껍질에 영양분이 많지만 버리고 과육만 먹기도 한다. 채소를 살 때는 싱싱한 것을 고르면 되는데 깨끗한 것을 찾는다. 그래서 상인은 유해한 세척제로 채소를 씻어서 판다. 새우를 먹을 때 껍질째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없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편하게 먹기 위해 껍질은 버리고 살만 먹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좋은 물건을 선택한다고 말할 수 없다.

賣櫝還珠(매독환주)라는 말이 있다. 賣는 팔다는 뜻이다. 販賣(판매)는 팔다라는 말이고 購買는 산다라는 말이다. 販은 팔다, 購는 사다라는 뜻이다. 買受人(매수인)은 물건을 사서 넘겨받은 사람이고 賣渡人(매도인)은 물건을 팔아서 넘겨주는 사람이다. 受는 받다는 뜻이고 渡는 건네주다는 뜻이다. 독은 나무로 짠 궤나 함을 뜻한다. 還은 돌려주다는 뜻이다. 返還(반환)은 빌렸거나 차지했던 것을 되돌려주다는 말이다. 返은 돌려주다는 뜻이다. 還俗(환속)은 속세로 돌아오다라는 말이다. 珠는 구슬, 진주라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賣독還珠는 함을 팔고 진주는 돌려받았다는 말이 된다.

중국 초나라에 진주를 팔려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진주를 담은 함을 화려하게 만들었다. 이것을 산 사람이 화려한 함에만 눈이 멀어서 함은 자기가 갖고 진주는 돌려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賣櫝還珠는 여기에서 나온 성어이다. 물건을 고를 때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가? 사람을 고를 때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원래 좋은 사람을 찾으려고 했는데 인물이 좋은 사람, 말 잘하는 사람, 돈 잘 쓰는 사람만 선택하는 일은 없는가? 韓非子에 나오는 말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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