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애리 “마음의 병, 마음을 열고 어루만져 주세요”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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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대체 어디 갔었어요? 얼마나 찾았는데….”

“심심해서 공깃돌 좀 주워 왔어.”

“길 잃어버리면 어쩌려고요. 제발 이러지 좀 마세요.”

큰올케에게 아이처럼 야단맞고 있는 정신분열증 환자 정숙. 연극 ‘하얀자화상(극단 깃발)’에서 탤런트 정애리(47)는 몸은 성인이지만 정신 연령은 어린아이 수준인 정숙 역을 맡았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문화공간 엘림에서 이달 17일까지 상영되는 ‘하얀 자화상’은 정신분열증 환자 정숙을 번갈아 맡아 간호하는 가족 간에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를 다루고 있다.

‘아가씨와 건달들’ 이후 5년 만에 연극무대에 선 정애리는 흔히 ‘정신병자’로 불리는 정신분열증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타파하기 위해 이번 연극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의 전화’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정신지체인이나 자폐인을 만나볼 기회가 많았다”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환자뿐 아니라 주위 사람도 힘들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신분열증은 감기나 몸살처럼 치료만 하면 좋아질 수 있다”며 “그러나 환자 가족이 적절한 치료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치유율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 연극은 정신분열 증상을 정확하게 묘사하기 위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조언과 후원을 받고 있다. 현재 그는 이 단체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정애리는 정신분열증 환자로 출연하면서 “과장되지 않은 연기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연기를 위해 정신병원을 찾아가 정신분열증 환자들을 관찰했다”면서 “정신분열증 하면 대개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거나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그런 환자는 아주 극소수였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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