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가 유일” 교황 교서에 종교계 술렁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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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화합 힘써왔는데…”

“곤혹스럽지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개방적이셨는데….”(서울대교구 A 신부)

“앞으로 어디로 갈지 걱정이 됩니다.”(수원대교구 B 신부)

“한마디로 우리가 지금까지 나눴던 교제를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권오성 총무)

가톨릭 교회만을 유일한 ‘그리스도의 교회’로 인정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교서가 풍파(風波)를 일으키고 있다. 한국 개신교나 가톨릭은 지금까지 교황의 교서와 관련해 어떤 공식적인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만큼 사안이 민감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우려와 탄식이 교차한다.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종교계는 ‘종교 간 대화와 일치’에 있어서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모범적이다. 지난주에는 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 소속 7대 종단 대표들이 경북지역 성지들을 상호 방문하는 행사도 열었다. 불교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민족종교 성균관 천도교의 지도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국내 종교 중 가장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가 참석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교황의 교서는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래서 한국 가톨릭이 가장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1962년부터 4년여에 걸쳐 열린 바티칸 2차 공의회의 교리를 바탕으로 가톨릭은 그동안 종교 간 대화와 일치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부처님 오신날’에 불교 종단이 운영하는 사회보호시설을 방문해 불교계와 악수를 했던 곳도 가톨릭이다. 이 같은 가톨릭의 포용적 자세는 지난 10년간 교세의 급신장에도 크게 기여했다.

교황의 교서에 대한 반응은 가톨릭 내부에서도 엇갈리면서 논쟁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 가톨릭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한국 천주교 교우 여러분!!! 길거리에 나가서 외칩시다. 가톨릭 말곤 교회 아니다!!!”라고 교황의 교서를 비꼬는 글과 함께 “가톨릭 교회가 자신이 유일한 참 그리스도 교회라고 자기 정체성 주장을 하는 데는 합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다”는 반론도 올라오고 있다.

가톨릭 내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대화 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는 홍창진 신부는 “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리라는 것도 일치헌장이냐, 사목헌장이냐, 교의헌장이냐에 따라 각각 달리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개신교와 그리스 정교 등에 대해 ‘갈라진 형제들’이라고 표현한 공의회 정신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온도차가 있지만 개신교 측의 전반적 분위기는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권오성 KNCC 총무는 “가톨릭이 바티칸 2차 공의회에서 2000여 년 동안이나 닫혔던 마음을 열고 개신교뿐 아니라 이웃 종교도 존중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왔는데 이번 교서는 교리라는 틀에 얽매여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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