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 “시체 안 무섭던데요” 왈가닥 호러퀸

  • 입력 200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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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구 기자
이훈구 기자
'해부학교실'을 해부하기 전에 여배우 한지민부터 파헤쳐봐야 할 것 같다. "아까 햄버거 먹고 자서 얼굴 부었어요"라며 '얌체공' 통통 튀듯 카페로 들어오는 그녀, 대뜸 "아, 여기 안 좋은 추억이…"라며 뒷걸음질친다. 설마 인터뷰하기 싫어서 핑계 대는 것은 아닐까. 얼른 명함을 건네자 그녀, 갑자기 소리쳤다. "우와 신기하다. 예전에 범석이란 사람하고 소개팅 할 뻔 했는데…"

공포영화를 촬영한 건지 코믹영화에 등장한 건지 도통 알 길 없는 그녀. 12일 개봉하는 공포영화 '해부학교실'에서 첫 주연을 맡았지만 최소한의 부담감도 없는 걸까? 순간 이 '날 것' 같은 그녀의 모습이 모두 연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써 부담감을 지우려는 설정이 아닐까? 의혹이 드는 순간 인터뷰는 한 판의 '진실게임'으로 돌변했다. 자, 메스를 들고 그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자. 선화처럼 으스스하게…

-매우 '보이시(Boyish)'해요. 연출한 거 아닌가요?

"아니요. 헤어스타일이나 외적인 부분에서 전 보이시해 보이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그런지 차갑고 말 없는 선화를 연기하는데 어렵지 않았죠. 대사도 많지 않았고… 하지만 평소엔 무지 털털해요."

-하긴, KBS2 '연예가 중계' 진행하는 거 보면 털털하다 못해 왈가닥 같아요.

"선배님이 많이 져주는 거죠. 유치원 때만 해도 친구 못 사귄다고 선생님이 걱정하셨어요. 그러다 여덟 살 때 교통사고 당한 이후부터 겁이 없어졌어요. 막내가 아프다고 가족들이 모두 받들어줬는데 전 그걸 믿고 겁 없이 마음대로 행동했죠. 마치 세상이 다 내 것처럼…"

-그래도 첫 주연인데 떨리지 않는다면 거짓말 같은데…

"전혀 안 떨리진 않죠. 그간 제가 출연했던 드라마가 모조리 경쟁작에게 밀려서 '운 없는 배우'로 불리기도 했고. 하지만 관객수보다 작품 '질'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커요. 주연이든 조연이든 관객들은 이 영화를 '한지민 나온 영화'로 기억할테니까요."

'해부학교실'은 해부학 실습 도중 연쇄 살인을 당하는 의대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해부용 시체인 '카데바'가 등장하는 독특한 소재로 화제가 됐지만 이야기 구조는 다소 난해하다. 그녀는 "무섭기 만한 영화보다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바로 '죽음'이었다.

"지난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 땐 죽음이 무서웠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힘들 때마다 할아버지에게 기도하게 되더라고요. 어디선가 제 말을 듣고 계실 것 같아서… 촬영하면서 제 앞에 놓인 카데바를 보고도 똑같이 생각했죠. 이들도 어디선가 내 모습을 보고 있을 거라고요."

-결국 극 중 의대생이 되고나니 철이 든 것이군요.

"어릴 적 꿈이 의사였는데 지금은 저~언혀요. '우리, 피도 눈물도 없는 의사가 될지 몰라'라는 선화의 대사에 공감해요. 죽은 돼지를 놓고 해부 연습을 했는데 잘못 썰어서 돼지고기 근육이 뚝 끊겼어요. 어찌나 무섭던지. 하물며 제가 맡은 환자가 어떻게 된다면? 아휴…"

현재 출연 중인 KBS2 드라마 '경성스캔들'의 나여경 역 만큼이나 발랄한 그녀. 그러나 고민은 있다. 인지도에 비해 큰 히트작이 없다는 것. 출연작바다 늘 막강한 경쟁작에 밀렸고 지난해 초에는 드라마 '늑대'에 출연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드라마 역시 3회 만에 종영되기도 했다. TV스타와 영화배우 사이에서 정체성을 찾지 못한 것도 그녀가 넘어야 할 과제. 하지만 진지함 속에서도 그녀의 발랄함은 살아있었다.

"'배우'의 '배' 자가 사람 '인'자에 아닐 '비'가 합쳐진 문자잖아요. 배우는 사람이 아닌, 연기하는 직업을 가진 존재라죠. 하지만 전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릴 때도 진짜 슬퍼서 울어요. 그만큼 진실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하긴, 너무 진실하다 못해 방송에서 폭탄주 30잔 마셔봤다고 말해 욕도 먹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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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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