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26>鐘在寺,聲在外

  • 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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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것이 있다. 본 사람이 있는 한 그것을 숨길 수는 없다. 본 사람의 입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본 사람이 없다고 해도 숨길 수는 없다. 그것을 행한 나 자신이 있고 그것을 본 하늘이 있기 때문이다.

큰일을 하려는 사람은 숨겨야할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 세월이 지나 숨겼던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주워 담을 그릇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잘못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공공의 정의, 즉 공의(公義)에 어긋나는 일은 잠시의 유혹을 버리면 행하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을 아무도 모르게 행한다고 했을지라도 결국 세상에 알려진다.

‘鐘在寺 聲在外(종재사 성재외)’라는 말이 있다. 鐘의 의미와 발음을 흔히 ‘쇠북 종’이라고 한다. 쇠북은 쇠로 만든 북이라는 말이다. 북은 원래 가죽으로 만들었지만 청동기 시대를 지나면서 鐘이 나타났다. 따라서 이를 쇠로 만든 북이라고 불렀다. 在는 있다, 존재하다는 뜻이고 寺는 절, 사원이라는 뜻이다. 聲은 소리라는 뜻이다. 外는 외부, 바깥이라는 뜻이다. 정리하면 鐘在寺 聲在外는 ‘종은 절에 있지만 소리는 밖에 있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하면 절에 있는 종을 치면 종소리는 절 밖의 마을에 울려 퍼진다는 것이다.

종은 분명히 절에 있지만 종소리는 아랫마을로 퍼진다. 이와 같이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집안일도 결국은 세상에 알려진다는 얘기다. 莫見乎隱(막현호은) 莫顯乎微(막현호미)라는 말이 있다. 숨기려는 일보다 더 보이는 것은 없으며, 보이지도 않을 만큼 미미한 일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다는 말이다. 숨기려는 일 없이 사는 삶은 평화롭고 평안하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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