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유아 림보’ 800년만에 폐기

  • 입력 2007년 4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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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한 유아의 영혼이 천국과 지옥의 중간지대인 ‘림보(limbo)’에서 머물게 된다는 가톨릭의 개념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최근 교황청이 내놓은 ‘유아 림보’ 관련 보고서를 인용해 “유아 림보의 개념이 사실상 폐기됐다”고 보도했다.

유아 림보는 지난 800년간 이어 온 가톨릭의 중요 개념 중 하나. 세례를 못 받고 죽은 유아들은 원죄(原罪)를 씻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천국에 갈 수 없고, 대신 중간지대에 영원히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림보에는 하느님의 비전이나 축복이 없지만 지옥의 고통 또한 없는 곳으로 여겨진다. 5세기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이 개념을 내놓은 이래 각종 문학과 예술작품에 사용됐다.

그러나 바티칸 국제신학위원회(ITC)는 최근 “세례를 못 받고 죽은 어린이도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중요한 근거가 있다”는 41쪽짜리 보고서를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제출했다.

3년간의 연구 끝에 나온 이 보고서는 “유아를 천국에서 배제하는 것은 어린이를 향한 예수의 특별한 사랑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유아 림보는 구원에 대해 지나치게 제한적인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하느님은 인간 모두를 구원하기를 원하며, 그의 자비는 죄보다 우월하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래프지는 교황이 1월 이 보고서를 받아들여 기존의 유아 림보 개념이 사실상 폐기됐다고 해석했다. 다만 보고서는 여전히 ‘원죄를 씻는 유일한 방법’으로서 세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신도들에게 자녀 세례를 위해 힘쓸 것을 촉구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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