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최근 교황청이 내놓은 ‘유아 림보’ 관련 보고서를 인용해 “유아 림보의 개념이 사실상 폐기됐다”고 보도했다.
유아 림보는 지난 800년간 이어 온 가톨릭의 중요 개념 중 하나. 세례를 못 받고 죽은 유아들은 원죄(原罪)를 씻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천국에 갈 수 없고, 대신 중간지대에 영원히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림보에는 하느님의 비전이나 축복이 없지만 지옥의 고통 또한 없는 곳으로 여겨진다. 5세기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이 개념을 내놓은 이래 각종 문학과 예술작품에 사용됐다.
그러나 바티칸 국제신학위원회(ITC)는 최근 “세례를 못 받고 죽은 어린이도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중요한 근거가 있다”는 41쪽짜리 보고서를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제출했다.
3년간의 연구 끝에 나온 이 보고서는 “유아를 천국에서 배제하는 것은 어린이를 향한 예수의 특별한 사랑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유아 림보는 구원에 대해 지나치게 제한적인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하느님은 인간 모두를 구원하기를 원하며, 그의 자비는 죄보다 우월하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래프지는 교황이 1월 이 보고서를 받아들여 기존의 유아 림보 개념이 사실상 폐기됐다고 해석했다. 다만 보고서는 여전히 ‘원죄를 씻는 유일한 방법’으로서 세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신도들에게 자녀 세례를 위해 힘쓸 것을 촉구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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