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의 당당함과 달리 공연 시작 2시간 전 대기실에서의 그녀는 다소 위축된 표정을 지었다. “리허설 때 다리가 후들거렸다” “높은 굽 구두를 신고 하도 춤을 추다 보니 엄지발가락에 염증이 생겼다”는 등.
올해 1월 일본에서 발매한 정규 5집 ‘메이드 인 트웬티’가 발매 첫 주 오리콘 앨범차트 1위에 오르면서 그녀는 2002년 1집 이후 일본에서 발매한 5장의 정규 음반이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일본 여자가수를 통틀어 역대 2위를 차지한 것을 기념하는 뜻에서 마련된 이 콘서트는 10대를 졸업하고 20대를 맞는 보아에게도 일종의 ‘전환점’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야수’처럼 덤벼들었다. 나비 모양의 무대 위에 흰 망토 차림으로 나타난 보아는 4집 수록곡 ‘아웃그로-레디 버터플라이’를 첫 곡으로 부르며 나비처럼 무대 위를 날았다. 이어 ‘소 리얼’, ‘발렌티’ 등의 댄스곡을 불렀지만 초반엔 몸을 사리는 듯 격렬한 춤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무대를 채운 것은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첫 오리콘 싱글차트 1위곡인 ‘두 더 모션’이나 2위에 오른 ‘윈터 러브’, ‘롱 타임 노 시’ 등 발라드 곡 위주의 선곡은 ‘댄스가수’의 편견을 벗으려는 듯 보였다.
팬들이 그녀의 가창력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격렬한 댄스 무대였다. ‘레이디 갤럭시’, ‘록 위드 유’, ‘퀸시’ 등에서 그녀는 허벅지 근육이 실룩거릴 정도로 격렬하게 춤을 췄지만 목소리는 요지부동이었다.
1만여 명의 관객이 운집한 공연장을 혼자서 다 채우고도 남을 카리스마는 ‘앙코르’로 이어졌다. 팬들이 “보아”를 외치며 ‘337 박수’를 치자 그녀는 25일 발표되는 신곡 ‘스위트 임팩트’를 포함해 4곡을 연달아 불렀다.
지난달 31일 요코하마를 시작으로 후쿠오카(福岡), 오사카(大阪), 나고야(名古屋) 등 일본 4개 도시 7회 공연이 계획된 ‘메이드 인 트웬티’ 콘서트. 4개월의 준비기간, 160여 명의 스태프. 그녀의 성인식은 이처럼 화려하게 시작됐다.
요코하마=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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