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22일 개봉)는 '피와 뼈'를 만든 재일교포 최양일 감독의 작품. 거칠고 냉정하고 처절한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다.
해결사 '수' 역할을 맡은 배우는 선한 얼굴의 부드러운 남자, 지진희. 의외다. 거친 남자가 된 그에게 10개의 키워드를 던졌다.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를 깨려고 액션을 한 건 아니다. 드라마에서 많이 보여준 모습을 시간과 돈을 들여 극장에 오는 분들께 또 보여주고 싶진 않다. 지금까진 관객들이 내 영화를 많이들 보시진 않았지만(웃음).
촬영: 채지영 기자
:액션 연기: 고통을 잘 참는다. 한번은 코뼈가 부러져서 맞추는데 '빠지직' 소리를 내면서 의사가 코를 거의 잡아 뜯었다. 쌍코피와 눈물이 범벅이 됐는데 소리 한 번 안 질렀다. 의사가 '이런 사람 처음 봤다'고 하더라. 변태 같나? 액션 스쿨에서 때리고 막고 칼 쓰는 법을 배웠다. 감독님은 미리 맞춰서 찍는 건 '가짜'라고 하셔서 다 진짜로 했다. 목도 실제로 졸랐다.
:몸만들기: 근육질이 싸움 잘하는 게 아니다. 싸움 근육은 따로 있다. 오히려 너무 힘들어 많이 먹었고 지금 빼는 중. 배우마다 살 빼는 스타일이 다른데 정민이 형(황정민)은 죽지 않을 만큼 먹고 운동한다. 나는 다 먹고 운동을 많이 하는데 하루에 네 시간 달리고 윗몸일으키기 1만 번도 해봤다.
:복수: '수'의 심정은 이해가 된다. 나도 복수를 꿈꾼 적이 있다. 그래서 몸 만들고 힘 키우고 군대도 특공대 갔다 왔는데 복수하려고 가니까 그가 폐인이 됐길래 봐줬다. 지금은 누가 기분 나쁘게 해도 '죄송합니다' 한다. 진짜 미안한 게 아니라 갈릴레오가 자신의 믿음을 부정하고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 했듯 싸움보단 상황을 모면하는 게 나으니까.
:최양일 감독: 그의 삶 자체가 영화다. 일본에서 살면서 귀화하지 않고 한국인으로 버티면서 일본영화감독협회 회장까지 한다. 얼마나 처절했을까?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다. 그는 기본을 지키고 약속을 지키면 다 오케이다. 잘했으면 '바로 그거!', 못했으면 '이건 가짜!'라고 한다. 명쾌하다.
:연예인: 딴 세계 사람인 줄 알았다. 사진작가로 일할 때 우연히 만난 성혜 누나(소속사 IHQ 박성혜 본부장)가 연기하라고 1년을 쫓아다녔다. "딴 애들은 못해서 안달이다" 하길래 "그럼 걔네들 시켜라"했었는데. 지금은 배우가 '세상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공예를 할 때는 공예가가 최고, 사진할 때는 사진작가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살아야 재미있다.
:취미: 금속 공예에 푹 빠졌다. (가방을 열어 공예 책을 꺼내며) 갖고 다니면서 틈틈이 본다. 한 가지 일에만 얽매이면 오히려 잘 안된다. 취미를 즐기면 일을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른 길도 찾을 수 있고.
:삶: 반듯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세상에 유혹이 너무 많아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착하게 살 수 있다. 너무 힘든 때가 있었는데 책을 보니 '거울보고 웃기', '샤워하면서 노래하기' 같은 방법이 있었다. '권하는 걸 보니 뭐가 있겠지' 싶어 진짜 해보니 아침이 좋아지고 하루가 즐겁더라. 뭐든지 어느 한 순간에 오는 게 아니다. 쌓여가는 거다.
:목표: 이번에도 '대박'은 안 날지 모르지만, 큰 나무가 되려면 잔가지가 많아야 한다. 비도 흠뻑 맞고 뿌리도 깊이 뻗고. 훌륭한 배우가 되려면 이런 영화가 내게 필요하다.
:상대 여배우: 이영애는 투명하다. 고현정은 '대장부'. 멋지다. 문소리는 지적으로 보이지만 예측불허의 엉뚱함이 있다. 여리기도 하고. 염정아는 상큼하다. 진짜 인간적으로 '예술'이다. 이번에 같이 한 강성연? 꾸밈없고 솔직하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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