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액션 '수' 주연 배우 지진희 인터뷰

  • 입력 2007년 3월 14일 13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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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쌍둥이 동생을 찾았는데, 만나자마자 눈앞에서 살해당했다. 동생으로 위장해 그가 일하던 경찰로 들어간 이 남자, 피의 복수를 시작한다. 그는 해결사 '수'다.

영화 '수'(22일 개봉)는 '피와 뼈'를 만든 재일교포 최양일 감독의 작품. 거칠고 냉정하고 처절한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다.

해결사 '수' 역할을 맡은 배우는 선한 얼굴의 부드러운 남자, 지진희. 의외다. 거친 남자가 된 그에게 10개의 키워드를 던졌다.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를 깨려고 액션을 한 건 아니다. 드라마에서 많이 보여준 모습을 시간과 돈을 들여 극장에 오는 분들께 또 보여주고 싶진 않다. 지금까진 관객들이 내 영화를 많이들 보시진 않았지만(웃음).

촬영: 채지영 기자

:액션 연기: 고통을 잘 참는다. 한번은 코뼈가 부러져서 맞추는데 '빠지직' 소리를 내면서 의사가 코를 거의 잡아 뜯었다. 쌍코피와 눈물이 범벅이 됐는데 소리 한 번 안 질렀다. 의사가 '이런 사람 처음 봤다'고 하더라. 변태 같나? 액션 스쿨에서 때리고 막고 칼 쓰는 법을 배웠다. 감독님은 미리 맞춰서 찍는 건 '가짜'라고 하셔서 다 진짜로 했다. 목도 실제로 졸랐다.

:몸만들기: 근육질이 싸움 잘하는 게 아니다. 싸움 근육은 따로 있다. 오히려 너무 힘들어 많이 먹었고 지금 빼는 중. 배우마다 살 빼는 스타일이 다른데 정민이 형(황정민)은 죽지 않을 만큼 먹고 운동한다. 나는 다 먹고 운동을 많이 하는데 하루에 네 시간 달리고 윗몸일으키기 1만 번도 해봤다.

:복수: '수'의 심정은 이해가 된다. 나도 복수를 꿈꾼 적이 있다. 그래서 몸 만들고 힘 키우고 군대도 특공대 갔다 왔는데 복수하려고 가니까 그가 폐인이 됐길래 봐줬다. 지금은 누가 기분 나쁘게 해도 '죄송합니다' 한다. 진짜 미안한 게 아니라 갈릴레오가 자신의 믿음을 부정하고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 했듯 싸움보단 상황을 모면하는 게 나으니까.

:최양일 감독: 그의 삶 자체가 영화다. 일본에서 살면서 귀화하지 않고 한국인으로 버티면서 일본영화감독협회 회장까지 한다. 얼마나 처절했을까?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다. 그는 기본을 지키고 약속을 지키면 다 오케이다. 잘했으면 '바로 그거!', 못했으면 '이건 가짜!'라고 한다. 명쾌하다.

:연예인: 딴 세계 사람인 줄 알았다. 사진작가로 일할 때 우연히 만난 성혜 누나(소속사 IHQ 박성혜 본부장)가 연기하라고 1년을 쫓아다녔다. "딴 애들은 못해서 안달이다" 하길래 "그럼 걔네들 시켜라"했었는데. 지금은 배우가 '세상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공예를 할 때는 공예가가 최고, 사진할 때는 사진작가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살아야 재미있다.

:취미: 금속 공예에 푹 빠졌다. (가방을 열어 공예 책을 꺼내며) 갖고 다니면서 틈틈이 본다. 한 가지 일에만 얽매이면 오히려 잘 안된다. 취미를 즐기면 일을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른 길도 찾을 수 있고.

:삶: 반듯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세상에 유혹이 너무 많아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착하게 살 수 있다. 너무 힘든 때가 있었는데 책을 보니 '거울보고 웃기', '샤워하면서 노래하기' 같은 방법이 있었다. '권하는 걸 보니 뭐가 있겠지' 싶어 진짜 해보니 아침이 좋아지고 하루가 즐겁더라. 뭐든지 어느 한 순간에 오는 게 아니다. 쌓여가는 거다.

:목표: 이번에도 '대박'은 안 날지 모르지만, 큰 나무가 되려면 잔가지가 많아야 한다. 비도 흠뻑 맞고 뿌리도 깊이 뻗고. 훌륭한 배우가 되려면 이런 영화가 내게 필요하다.

:상대 여배우: 이영애는 투명하다. 고현정은 '대장부'. 멋지다. 문소리는 지적으로 보이지만 예측불허의 엉뚱함이 있다. 여리기도 하고. 염정아는 상큼하다. 진짜 인간적으로 '예술'이다. 이번에 같이 한 강성연? 꾸밈없고 솔직하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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