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비올라는 고음과 저음의 칵테일… 킴 카슈카시안 내한

  • 입력 2007년 3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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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내한한 비올리스트 킴 카슈카시안 씨(오른쪽)와 제자인 강주이 씨가 서울 마포구 홀리데이인서울호텔에서 음악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영대  기자
6일 오후 내한한 비올리스트 킴 카슈카시안 씨(오른쪽)와 제자인 강주이 씨가 서울 마포구 홀리데이인서울호텔에서 음악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영대 기자
《오케스트라에선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찾기 쉽지 않다. 바이올린도 아니고 첼로도 아닌 것이 처량하고 쓸쓸한 코맹맹이 소리를 낸다. 정체성이 불분명하다고 놀림감이 됐던 비올라. 오죽하면 “바이올린을 도둑맞지 않는 방법은 비올라 케이스에 넣어 두면 된다”는 ‘비올라 조크’까지 유행했을까. 킴 카슈카시안(55·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 씨는 유리 바슈메트, 이마이 노부코 씨 등과 함께 비올라를 진정한 독주악기의 반열에 올려놓은 비올라계의 슈퍼스타다.》

첫 내한공연을 앞두고 6일 한국을 찾은 그가 첫 한국인 제자인 비올리스트 강주이(29) 씨와 서울 마포구 홀리데이인서울호텔에서 만났다.

○ 비올라는 실내악의 브레인

“비올라 조크요? 비올리스트들이 더 즐기는데요, 뭐.”(강 씨)

“너 내가 가르쳐 준 거 기억나? 비올리스트의 굽은 등을 펴려면 등에 칼을 꽂아야 한다는 거 말이야. 늘 바이올린보다 무거운 악기를 들고 등을 굽히고 있어서 나온 조크지.”(카슈카시안 씨)

카슈카시안 씨는 “예전엔 비올리스트들의 실력이 낮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 섹션이 탁월한 연주자로 구성돼 있다”며 “농담은 그저 웃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KBS교향악단과 버르토크의 비올라 협주곡을, 피아니스트 로버트 레빈 하버드대 교수와 브람스와 클라크의 비올라 소나타 등 변화무쌍한 비올라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카슈카시안 씨는 “버르토크나 쇼스타코비치, 브람스 등 많은 작곡가가 만년에 작곡한 작품들이 모두 비올라 소나타였다”며 “비올라의 소리가 상처받기 쉽고, 파워풀하고, 감성적인 인간의 목소리와 닮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어릴 적 배우고 싶었던 악기는 저음의 클라리넷이었다. 바이올린을 배운 그가 열두 살이 되던 해 우연히 접한 비올라는 운명의 악기가 됐다.

클라리네스트 계희정 씨는 “비올라는 때로는 바이올린에 붙어 그 소리를 강하게 해 주고, 때로는 첼로에 붙어 저음을 강하게 한다”며 “현악 4중주나 목관 5중주에서 전체 화성을 조율하는 브레인 역할을 하는 게 비올라나 클라리넷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는 악기

비올라에 대한 첫 이미지는 슬픔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은규 씨는 “카슈카시안 씨의 연주로 힌데미트의 ‘장송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진정 ‘슬픈 소리’가 이런 것임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카슈카시안 씨의 생각은 달랐다.

“슬프다고요? 어떤 악기가 슬프기만 할 순 없죠. 악기는 연주인의 손과 상상력으로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비올라는 변화와 실험의 한가운데에 있는 악기예요. 비올라는 연주가의 상상력에 부응하는 유연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20세기 이후 작곡된 비올라 레퍼토리를 발굴해 왔다. ECM 레이블을 통해 발표된 그의 음반 목록은 시닛케, 펜데레츠키, 브리튼, 힌데미트, 쇼스타코비치, 쿠르타그, 칸첼리 등 20세기 음악으로 이어진다.

4월 서울 예술의 전당 교향악축제 무대에서 시닛케의 비올라 협주곡을 연주하는 강 씨는 “작곡가 헐먼 로이터의 곡을 세계 초연 했을 때 선생님은 풍부한 아이디어로 저를 일깨워 주셨다”며 “바흐부터 현대음악까지 비올라의 영역을 넓혀 가는 선생님의 자세를 닮고 싶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공연정보:

△8일 오후 8시 KBS홀, 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오페라 ‘살로메’ 중 ‘일곱 베일의 춤’ 서곡, 버르토크 ‘비올라 협주곡’, 무소륵스키-라벨 ‘전람회의 그림’. 1만∼3만5000원. 02-781-2246 △11일 오후 5시 호암아트홀. 클라크 비올라 소나타, 베토벤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7개의 변주곡, 브람스 비올라 소나타 2번 Eb장조. 3만, 5만 원. 02-751-9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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