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아들을 보는 순간부터 고개를 떨어뜨린 채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도슨은 “이렇게 만나게 돼 정말 고마워요. 오늘은 정말 행복한 날이에요”라고 포옹했다. 아버지는 미안함에 몸 둘 바를 몰랐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만난 기쁨으로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도슨은 미국대표팀 마크가 붙어 있는 스키용품 브랜드의 스웨터를 선물했고 아버지는 즉석에서 자랑스럽게 입어 보였다.
부자는 ‘붕어빵’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닮은 모습이었다. 도슨은 아버지의 구레나룻을 만지작거리며 “내 구레나룻이 어디서 왔는지를 이제야 알겠네요. 아버지 것에 비하면 제 것은 아기 구레나룻이네요”라며 활짝 웃었다. 김 씨는 “네가 세 살 때 밥상 위에서 뛰어내리다 얼굴을 다쳤는데 어디 한번 보자”면서 도슨의 얼굴을 살펴본 뒤 “왼쪽 눈 근처에 아직 상처가 있구나”라며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도슨은 “양부모를 만나 운 좋고 기회 많은 삶을 살았지만 그동안 무척 혼란스러웠어요. 아버지는 왜 저를 잃어버렸고 찾지 못했나요”라고 질문했다. 아버지는 “봉석이(도슨의 원래 이름) 너를 시장에서 잃어버린 뒤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못 찾았다”며 또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도슨은 “원망하기 위해 아버지를 만난 게 아니에요. 아버지와 만난 것은 지금까지의 생활이 순탄했고 운이 좋은 삶이었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서예요”라고 말하자 김 씨의 얼굴이 환해졌다.
도슨은 “한국계 입양아들은 부모와 다른 피부색 등에 대한 고민으로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다. 제가 만든 ‘토비 도슨 재단’을 통해 입양된 아이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게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슨은 친동생인 현철(24) 씨와도 만나 반갑게 포옹했고 약혼녀인 리아 핼미 씨를 아버지에게 소개한 뒤 점심을 함께했다. 도슨은 2일 홀트아동복지회를 방문하는 등 공식 일정을 마친 뒤 4일 미국으로 떠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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