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계 ‘도올 딜레마’

  • 입력 200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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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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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사진) 세명대 석좌교수의 EBS 외국어학습 사이트 ‘영어로 읽는 도올의 요한복음’ 강의를 둘러싸고 개신교계가 고민에 빠졌다. 강력히 대응하기도 그렇고 아예 무시하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개신교계는 표면적으로 ‘무대응’ 방침을 밝히면서도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렇다고 김 교수의 강의에 대한 체계적이고 신학적인 반론이 나오지도 않는다.

김 교수는 이번 강의에서 “구약성경은 유대인들의 민족신인 야훼가 유대인들이 다른 신을 섬기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믿는 조건으로 애급의 식민에서 해방시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이끌어주겠다고 유대인만을 대상으로 한 계약”이라며 구약의 폐기를 주장했다. 그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약의 모세를 믿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성황당을 믿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는 ‘성경무오류설’에 대해서도 “한글 성경에서조차 틀린 데가 많다. 한자도 틀린 것이 적지 않고, 예수의 족보도 세어 보라. 한 대가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용규 목사는 20일 “김 교수의 가치 없는 주장에 일일이 답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구약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성경과 신학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도올은 실력 있는 철학자지만 철학자가 자기 영역을 벗어나 신학을 철학으로 해석하는 것은 교만”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회장은 “예컨대 모세를 주몽과 비교하는 것은 성경의 권위를 훼손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한기총 총무 최희범 목사도 “도올의 강의는 교회를 훼손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음모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예장통합)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김 교수의 강의 자체를 무시하는 분위기다. 김 교수의 성경 해석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 자체가 긁어 부스럼이라는 속내로 보인다.

예장통합 사무총장 조성기 목사는 “설득력 없는 한 개인의 해프닝에 반응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김 교수의 성경 해석이 어디에 근거를 뒀는지 모르겠다”며 “김 교수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해석이 기발한 착상일지는 모르지만 누구도 공감하기 어려운 기행일 뿐”이라고 말했다.

KNCC 총무 권오성 목사는 “동네 개가 짖는다고 ‘왜 그러느냐’고 물을 필요가 있는가”라며 “터무니없는 내용에 흥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 교수의 말 한마디 때문에 2000년 역사 속에서 고백해 내려온 교회의 진리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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