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특집]가장 오랫동안 조선왕궁 역할한 궁궐은

  • 입력 2007년 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경복궁(景福宮) 창덕궁(昌德宮) 창경궁(昌慶宮) 경희궁(慶熙宮) 덕수궁(德壽宮). 서울 도심에 있는 조선시대 궁궐은 설 나들이에 제격이다.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이상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 분관(덕수궁), 식물원(창경궁) 등이 있는 데다 설 연휴 기간 다채로운 전통문화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설 연휴의 좀더 재미있는 고궁 관람을 위해 고궁에 숨겨진 다양한 사연을 소개한다.

○ 대한문은 덕수궁의 정문인가

경복궁의 정문은 광화문(光化門), 창덕궁의 정문은 돈화문(敦化門), 창경궁의 정문은 홍화문(弘化門), 경희궁의 정문은 흥화문(興化門)이다. 모두 가운데에 ‘화(化)’자가 들어간다. 그런데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大漢門)엔 ‘화’자가 포함되지 않는다. 대체 어떤 연유인가.

대한문은 원래 덕수궁의 정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덕수궁의 정문은 남쪽(지금의 서울시청 별관 앞)에 있던 인화문(仁化門)이었다. 1900년대 초 일제가 도로 건설을 위해 인화문을 철거하면서 대한문이 정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 경복궁 강녕전에 용마루가 없는 까닭은

커다란 기와 건축물의 지붕 꼭대기엔 예외 없이 용마루라는 것이 있다. 앞쪽 지붕면과 뒤쪽 지붕면이 서로 만나는 맨 꼭대기에 20∼50cm 높이로 길게 모양을 낸 것이 용마루다. 하지만 경복궁의 강녕전(康寧殿)과 교태전(交泰殿)엔 이것이 없다. 왜 그럴까.

강녕전과 교태전은 왕과 왕비가 동침하는 공간이다. 용은 왕을 상징한다. 신성한 용이 대를 이을 용을 생산하는 곳이 바로 강녕전 교태전이다. 그러니 또 다른 용이 감히 지붕에서 임금을 짓누를 수 없는 법. 그래서 용마루를 만들지 않았다. 왕비의 침전인 창덕궁 대조전(大造殿)과 창경궁 통명전(通明殿)도 마찬가지다.

○ 창덕궁 인정전에 샹들리에가 걸려 있는 이유는

창덕궁 인정전은 경복궁 근정전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공식적인 의전행사를 거행하던 곳. 그런데 인정전 내부를 눈여겨보면 서양식 샹들리에와 커튼이 걸려 있고 유리창이 설치되어 있다. 순종 때인 1908년 인정전 내부를 개조하면서 근대식 서양풍 인테리어를 도입한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근대기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 가장 오랫동안 왕궁 역할을 한 궁궐은

흔히 경복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경복궁이 아니라 창덕궁이다. 조선 왕조 519년 동안 경복궁이 왕궁의 역할을 한 것은 240여 년. 그러나 창덕궁이 왕궁으로 쓰인 것은 480여 년에 이른다.

경복궁은 1395년 가장 먼저 건축된 궁궐이었지만 1592년 임진왜란으로 불에 타 사라졌다가 1868년 흥선 대원군에 의해 중건되었기 때문에 실제 왕궁으로 쓰인 기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반면 1405년 창건된 창덕궁은 1592년 임진왜란 때 불타 버렸지만 1611년 다시 건축된 뒤 1910년까지 이어지면서 무려 480여 년 동안 조선의 왕궁 역할을 했다.

고궁과 박물관의 설맞이 행사
행사일시장소
개량악기 연주회17일 오후 2시∼3시 반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
퓨전음악 연주회18일 오후 2시-오후 3시 반 〃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
민속체험 18, 19일 오전 11시∼오후 5시 〃 국립민속박물관 앞마당
고궁 민속놀이 한마당17∼19일 오전 9시-오후 5시 경복궁 향원정 부근, 서울 창덕궁 돈화문 앞
창경궁 양화당 주변, 서울 덕수궁 중화문 앞
봉산탈춤 공연 18일 오후 2시 반-3시 반 덕수궁 중화문 앞
전통문화 체험17∼19일 오전 11시∼오후 4시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
온 가족 문화행사17∼19일 오전 11시∼오후 5시국립중앙박물관 으뜸홀과 대강당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