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81년 오펜바흐 ‘호프만 이야기’초연

  • 입력 2007년 2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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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 무렵까지만 해도 오페라는 상류계급의 오락이었다. 그것을 좀 더 서민적인 가벼운 오락으로 만들기 위해 오페라의 대중판 격인, ‘작은 오페라’라는 뜻의 ‘오페레타(operetta)’가 탄생했다.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줄거리, 구어체 대사와 화려한 춤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독일 태생의 유대인인 자크 오펜바흐(1819∼1880).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그는 재미있는 줄거리, 재기가 넘치는 대사, 아름답고 친근한 음악으로 단번에 파리 오페레타계의 왕이 됐다. 그는 1855년에 ‘부프 파리지앵’이라는 극장을 경영하면서 100편의 오페레타를 만들어 명성과 부를 거머쥐었다.

그가 남긴 대표적인 오페레타는 ‘지옥의 오르페우스’(1858) ‘아름다운 헬렌’(1864). 그리스 신화의 골격을 이용해 프랑스 황실과 상류 부르주아 계층의 퇴폐적인 삶을 풍자한 작품들이다. 검열이라는 장치가 활개 치던 19세기 오펜바흐의 작품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의 기득권층이 그의 오페레타에서 위험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유쾌한 음악과 교묘한 아이러니, 솜씨 좋은 패러디를 당국에서는 그저 단순한 오락으로만 보았다.

그의 인기는 영국 런던,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최고였다. 당시 처음 등장한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도 오펜바흐의 인기에 가려 처음에는 빛을 보지 못했다. 오페레타 ‘천국과 지옥’은 무려 1600만 명이 관람한 1876년 파리만국박람회에서도 상연됐다. 이렇듯 부와 명성을 구가했던 오펜바흐는 그러나 늘 회한에 시달렸다. 아무리 유명해져도 그는 진짜 오페라를 쓸 수 없는 3류 작곡가, 싸구려 음악인이라는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이 평생 공부하고 경험한 모든 것을 다 걸고 오페라를 쓰기 시작했다. 그때 이미 그의 몸에는 죽음의 병마가 스며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유작으로 남긴 단 하나의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로 오펜바흐는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의 반열에 당당히 올랐다.

‘호프만 이야기’는 1881년 2월 10일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초연돼 그해에만 101회나 상연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독일의 낭만파 작가 에른스트 호프만(1776∼1822)의 몇 가지 소설에서 따온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엮은 작품이다. 젊은 시절 사랑에 실패했던 작곡가의 추억이 담긴 이 오페라에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삽입됐던 유명한 아리아 ‘뱃노래’와 기괴한 자동인형의 춤 등 환상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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