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58년 英맨유 선수단 비행기 추락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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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언론이 오보를 냈거나 사상 최악의 장난질을 한 걸로 해 달라고요. 두 시간을 그렇게 울면서 기도하고 뒤를 돌아보니 교회엔 어느새 저밖에 없었습니다.”

1960년대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의 스타 미드필더였던 노비 스타일스의 회고담이다.

1958년 2월 6일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선수단을 태운 비행기가 독일 뮌헨에서 이륙하던 도중 추락하는 최악의 참사를 당했다. 당시 이 클럽 유소년팀에서 활약하던 스타일스는 순식간에 8명의 선배를 잃고 실의에 빠졌다.

이 비행기에 탑승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그라운드의 신사’ 보비 찰턴은 사고 당시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기체가 산산이 부서지면서 의식을 잃었죠. 깨어나 보니 동료들이 죽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전 멀쩡하더군요. 어떻게 이런 일이…. 아직도, 지금 말을 하는 이 순간에도 죄책감을 느껴요.”

비행기는 활주로를 둘러싼 펜스에 부딪힌 뒤 가정집으로 돌진했다. 선수, 취재기자 등 23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일등석에 앉아 있던 찰턴은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찰턴에게는 살아남은 것 자체가 평생토록 무거운 짐이 됐다.

젊은 나이에 떠난 선수들의 안타까운 사연들도 수백만 명의 팬을 울렸다.

팀의 주장이었던 로저 번. 사고 당시 그의 부인은 임신 중이었고 그해 말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제프 벤트. 경기 중 자신이 멋진 가로채기를 성공시키는 사진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었다. 토미 테일러. 영국에 도착하면 연인인 캐럴과 결혼할 계획이었다. 그는 “얼른 집에 가서 캐럴과 기네스(맥주) 한잔 걸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맨유는 어린 선수들을 보강해 남은 시즌을 치러야 했다. 선수들은 사망한 동료들의 영혼이 팀을 보살핀다고 여겼다. 그 덕인지 팀은 명문 중의 명문으로 거듭나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 세계의 축구팬들은 50년이 다 돼 가는 지금도 떠난 스타들을 기억한다. 영국의 한 추모 사이트는 매년 이맘때만 되면 ‘맨유의 팬인 것이 자랑스럽다’, ‘당신들을 잊지 않는다’는 글들로 도배된다.

‘사고 당시 전 일곱 살 소녀였어요. 그날 처음으로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시는 걸 봤죠. 그들은 정말 최고예요. 그리고 앞으로도 최고일 겁니다.’(지나 애슈턴, 미국 애틀랜타)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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