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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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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꽁지머리에 샌들을 끌고 반바지 차림으로 미국 케이블 방송인 푸드(FOOD) 채널의 요리 프로그램 ‘몰토 마리오’를 열정적으로 이끄는 이탈리아 요리 전문가인 마리오 바탈리. 눈앞에 보이는 술은 하룻밤 새 모두 위 속으로 쓸어 넣어야만 하는 술꾼에 반미치광이 같은 사람이다. 그가 운영하는 뉴욕 맨해튼의 별 셋짜리 이탈리아 음식점 밥보(BABBO)에서 괴짜 기자 빌 버포드의 좌충우돌 ‘요리사 되기’ 모험담이 펼쳐진다.
버포드가 명성 높은 잡지 ‘뉴요커’의 문학담당을 하루아침에 때려치운 이유는 단지 요리가 좋아서….
하지만 세상엔 공짜란 없다. 그의 일상은 실수의 연발이고 고난의 행군이다. 수습 시작 30분 만에 오리 대신 손가락을 썰고, 두 시간 동안 깍둑 썬 당근이 모조리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셀러리를 버렸다고 마리오로부터 ‘기자양반 당신 해고야’라는 수모까지 당하고, 뜨거운 올리브기름에 손을 넣어 튀기고….
철저히 서열화된 좁은 주방에서 자신의 공간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다 하루에 43번이나 몸을 부딪쳤던 빌은 마침내 마리오가 걸었던 길을 찾아 런던과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난다.
이탈리아의 시골 판자노에서 만난 마리오의 스승 다리오 체키노. 그의 칼질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첫 대면에서 다리오는 이렇게 외친다. ‘넬 메조 델 캄민 디 노스트라 비타’. 바로 단테의 신곡 ‘지옥편’의 도입부다. “인생의 반 고비에서, 그럼 내가 가는 곳도 거기란 말인가? 바로 지옥.” 40대 후반 새로운 인생에 도전장을 던진 빌의 독백이다.
이 책은 저자의 ‘인생수업’이자 스타급 요리사 마리오 바탈리의 성공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화자(話者)이면서 관찰자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유머와 위트, 재치가 넘치는 문체, 요리를 매개로 인연을 맺은 군상들에 대한 세밀한 들춰보기로 인해 이 책은 ‘요리책’ 이상의 무엇을 담아낸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요, 삶이다. 원제 ‘Heat’(2006년)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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