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직도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백남준 1주기 추모식

  • 입력 2007년 1월 29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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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환기자
홍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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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직도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백남준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 여사)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이 되는 29일 낮,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본관에서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백남준 1주기 추모식이 열리는 자리였다. 식을 앞두고 미술관 원형 전시실 한쪽 벽에는 구보타 여사가 편집한 추모 영상 'My Life with Nam June Paik'이 상영되고 있었다.

추모식은 소박하고 단정하게 진행됐다. 묵념에 이어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백남준의 약력과 업적을 소개했다. 임영방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추모사에서 "백남준은 빛과 영상과 음향이 함께 어울리며 변동하는 세계를 우리 삶에 안겨준 사람으로, 위대한 과학자이자 위대한 예술가였다"고 밝혔다. 모인 사람들이 미술관 입구에 설치된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 앞에서 헌화하고 점등식을 갖는 것으로 공식 행사는 차분하게 마쳐졌다.

행사 뒤 인터뷰에서 구보타 여사는 "백남준의 육체는 없지만 그를 비디오테이프로 만나고 있으며, 지난 크리스마스 때는 비디오를 틀어놓고 그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구보타 여사는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미신도 믿게 됐다"는 말로 그리움을 드러냈다.

행사 뒤 참석자들은 지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설치미술가 양주혜 씨는 "생전에 백 선생님한테 식사 한번 대접 못해드렸는데, 이렇게 내가 밥을 얻어먹네요"라며 쓸쓸하게 웃었다. 김홍희 경기도미술관장은 "그의 예술을 둘러싼 수많은 질문들이 지금도 나의 머리를 두드리며 가슴을 설레게 한다"며 백남준의 예술 혼이 여전히 많은 예술인들을 감동시키고 있음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병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노준의 사립미술관협회장,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 송태호 전 경기문화재단 이사장, 김영나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조각가 최의순 씨, 미술평론가 이구열 씨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행사가 끝난 뒤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쌈지로 이동해 무속인 김금화 씨의 추모굿을 관람했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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