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원조 보아’가 있었다오… 日데뷔 20년 김연자 씨

  • 입력 2007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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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타국에서 성인식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 ‘나 김연자, 그동안 열심히 했구나’란 생각을 하니 눈물이….”

13일 일본 도쿄 나카노의 한 공연장. 4000여 명의 관객이 운집한 그곳에선 가수 김연자(48)의 일본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가 펼쳐졌다.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코끝이 시큰하더니 결국 무대에 오르자마자 눈물을 하염없이 쏟았다고 했다. 수화기 너머로 전해 오는 그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1주일 전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했다.

“저는 데뷔 때부터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둔 ‘기획 가수’ 1세대였죠. (이)성애 언니가 ‘엔카의 원조는 한국 트로트”라고 말한 게 생각나요. 그런 자신감을 갖고 활동했습니다.”

1974년 TBC의 ‘전국가요 신인스타쇼’에서 15세의 나이로 우승을 거머쥔 그는 1977년 일본에 건너갔으나 3년 동안 밤무대 가수로만 활동했을 뿐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1980년 귀국해 ‘수은등’, ‘사랑의 미로’ 등을 히트시키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1987년 스물여덟 살 나이에 그는 다시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1980년 어린 나이에 쓴맛을 보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는데 왜 그렇게 발이 안 떨어지던지…. 그러던 중 88 서울 올림픽을 기념해 발표한 ‘아침의 나라에서’가 일본에서 화제가 됐어요. 그 덕에 이듬해 일본 NHK ‘홍백가합전’에 한복을 입고 출연했답니다.”

20년 동안 총 51장의 싱글과 84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그는 이성애, 계은숙과 함께 ‘한류 1세대’로서 이름을 알렸다. 2003년에는 싱글 ‘기타노유키무시(北の雪蟲)로 오리콘 엔카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활동을 안 하다 보니 ‘일본 냄새 난다’며 한국 팬들에게 비판을 받았죠. 가끔은 비나 보아처럼 좋은 환경에서 활동하는 후배들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전 지금의 제 모습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트로트나 엔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원조 보아’ 소리를 듣는 그 역시 ‘한류’에 관심이 많다. “관객들이 장윤정의 ‘어머나’를 불러 달라고 하는 등 지금의 한류는 안정적인 편이지만 여전히 실력 없어 도중하차하는 한국 가수들이 있어 안쓰럽다”며 선배 가수로서 걱정을 비치기도 했다.

다음 달 7일 20주년 기념 싱글 ‘시하쓰에키(始發驛)’ 발표를 시작으로 4월에 앨범 ‘온나노 잇쇼(女の一生)’ 등 발표, 5월부터 1년간 일본 80개 도시를 도는 20주년 기념 투어, 6월 21, 22일 일본 외무성 주최로 열리는 프랑스 파리 공연까지 올해도 갈 길이 멀다.

“남편이 절 부려먹어요”라며 매니저 겸 남편인 재일교포 2세 김호식(76) 씨 탓을 하지만 진심은 아닌 것 같다. 이런 그에게 앞으로 해 보고 싶은 것을 물어보자 “보아처럼 발랄한 댄스 가수, 아 진짜 해 보고 싶네요. 아니면 이효리처럼 섹시한 여가수가 되거나. 으미, 좀만 젊었어도 불가능하진 않은데…. 마흔여덟 아줌마가 주책이네요잉∼.”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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