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보는 미래-미래학 20선]<6>미래를 읽는 기술

  • 입력 200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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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미래만을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무용하다. 우리는 가능성 있는 여러 미래의 모습들을 시나리오화하여 각 시나리오에 맞는 전략적 대비를 해놓고 있어야 한다.》

15년 전에 내다본 ‘IT한국’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래의 발생 가능한 모습들을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다. 미래학자 중 한 사람인 피터 슈워츠는 시나리오 방법론이 미래 예측에서 왜 유용한지를 밝히는 것을 시작으로,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고 읽기 위한 논리와 철학을 쉽고 재미있게 얘기해 준다. 책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발간시점인 1991년 당시 15년 후를 내다본 2005년 무렵의 세계 예측 부분이다. 과연 그는 어떤 것들을 예측하였을까?

우선 그는 통일된 독일이 세계에서 막강한 경제적 정치적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하지만 예측과 달리 독일은 지금까지도 통일의 후유증으로 경제사회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술 진화에서는 미국의 기술 패권이 한국과 같이 교육열이 높은 국가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 예측은 놀랍게도 적지 않은 부분에서 현실과 일치한다. 한국은 2000년대부터 정보기술(IT)에서는 세계를 선도하고, 생명과학기술과 나노기술에서 큰 잠재력을 보여 왔다.

또 저자는 세계가 이데올로기 대신 실용주의로 무장할 것이며, 세계를 누비는 신세대들이 등장하여 국가의 경계를 허물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 예측은 15년이 지난 지금 거의 다 들어맞고 있다.

그는 2005년 무렵의 세계 모습으로 3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신(新)제국’ 시나리오에서는 무역 규제로 어려움을 겪은 국가들이 경제통합을 시작으로 복합국가 형태를 띤 파워블록을 형성할 것임을 예측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신제국 중 미국과 일본의 연합파워블록, 러시아와 독일의 연합파워블록이 세계 변화를 리드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는데, 이는 현재의 상황과 거리가 멀다.

‘시장지배의 세계’ 시나리오에서는 경제논리가 무엇보다 우선하며, 대기업보다 작고 빠르게 움직이는 소기업들이 경제의 주체가 되리라고 예측했다. 가장 어두운 시나리오인 ‘진보 없는 변화’에서는 빈부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인간이 기술의 노예가 되는 암울한 미래를 내다봤다.

피터 슈워츠는 2005년의 한국에 대해서도 예측했다. 그는 “2005년경 한국은 IT 글로벌리더가 될 것이고, 특히 자라면서 IT를 체화한 한국의 어린 세대가 글로벌문화를 리드하는 주체로 부상할 것이다”고 예측했다. 1991년 당시 인터넷이 등장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소름끼칠 정도로 정확한 예측이다. 반면 한국과 관련해 터무니없어 보이는 예측도 있다. 그는 미국의 공교육이 완전히 붕괴됐다면서 2005년 무렵에는 미국의 어린이들이 한국으로 보내져 한국의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에게는 쓴웃음을 짓게 하는 예측이 아닐 수 없다.

미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는 현실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이며, 미래가 더욱 불확실해진다는 것이다. 이럴 즈음 지금부터 15년 전에 우리의 현재를 내다본 재미있고 대담한 예측들로 가득 찬 이 책의 가치는 더욱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최항섭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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