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칼럼]강세호 유니텔사장/벤처 생태계와 진화

  • 입력 2000년 5월 7일 19시 59분


최근 인터넷 벤처기업에 대한 거품논쟁이 일고 있지만 벤처기업 주가의 급등락 현상만을 보고 벤처기업 모두 거품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너무 이른 판단이다.

벤처기업은 독자적으로 생존이 가능한 조직이 아니라 관련 조직과 생태계를 형성하며 진화한다. 다시 말해 먹이사슬로 구성된 자연생태계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네트워킹화를 통해 협력의 체계가 잡혀있을 때에만 발전적 성장이 가능하다.

벤처생태계는 생산자로서의 벤처기업과 소비자로서의 벤처캐피털 및 엔젤, 그리고 분해자로서의 코스닥이나 인수합병(M&A) 등의 세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 제도 입지 문화 컨설팅 우수인력 등의 인프라가 이를 둘러싸는 환경보호막으로서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벤처기업 주가의 동요 현상은 이같은 벤처생태계의 이상으로부터 비롯된다.

생산자로서의 벤처기업은 나름대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독특한 기술력, 그리고 수익가치를 동반한 장기적 벤처관을 가지고 몰두해야한다. 하지만 뉴 골드러시(NewGold Rush) 열풍으로 벤처기업수가 급증하면서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컨설팅 회사 운영시절에 경험한 이야기이지만 예비창업자가 회사를 만들기도 전에 주식 가치를 수십배로 ‘튀긴’ 사업계획서를 들고와 자본형성을 부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경쟁력을 다져나가기보다는 단기에 일확천금을 얻겠다는 발상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회사 정보 공개 내용과 투명성이 부족해 벤처캐피탈 및 엔젤투자자들이 벤처기업을 분석하고 의사결정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 본래 자본형성 목적에 걸맞지 않는 무분별한 문어발식 기업확장이나 M&A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바가 있다.

벤처기업 스스로의 도덕성 점검과 정화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소비자로서의 벤처캐피털이나 엔젤투자자들은 투자기준이나 평가도구를 활용해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일을 선도해야 한다.

분해자로서의 코스닥 시장은 벤처기업에게 부를 창출하고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는 좋은 터전을 제공한다. 코스닥 시장은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리기 위해 진입과 퇴출의 객관적이고 확고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벤처생태계 환경을 형성하는 정부 단체 언론 등은 벤처생태계에 요구되는 각종 제도나 인프라 구축 등 간접적 지원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접 지원은 벤처기업의 독립성보다 의존성만 키우게 된다.

벤처기업의 진화를 돕는 컨설팅업체도 독창적인 기술력과 수익창출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설계를 통해 벤처기업에 방향을 제시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벤처의 진화는 앞서 이야기한 벤처생태계 전체 구성원들이 상호 협력하며 급변하는 환경에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때 계속 이어질 수 있다. 개방적 파트너십이 형성되고 신뢰를 바탕으로한 네트워크가 형성될 때 비로소 벤처 거품론이 사라지고 가치있는 벤처기업이 지속적으로 진화 성장할 수 있는 체제가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강세호 <유니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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