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아이들 노는 거, 그게 그냥 詩지

  • 입력 2007년 1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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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아요 선생님/남호섭 시·이윤엽 그림/124쪽·8000원·창비(초등 3년 이상)

시인은 10여 년간 일반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면서 교사가 되기도, 시인이 되기도 힘들었다. 2001년 경남 산청군에 있는 대안학교인 ‘간디학교’로 옮긴 뒤에야 “교사와 시인이 삶에서 덜컥 하나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고 행복해진다.

이곳서 살아온 6년의 시간과 공간을 담은 시 60편을 묶었다. 첫 동시집 ‘타임캡슐 속의 필통’(1995년) 이후 12년 만이다.

‘간디학교’ 연작시 18편은 자유롭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전한다.

‘나는 한 시간에 한 대 겨우 다니는/시골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간다…학교 가기 바쁜 내가 자줏빛 함정/자운영 꽃밭을 만난다…자운영 꽃은 아침 햇살로 더 예쁘게 빛난다/이쯤 돼서 솔직히 말하면/나는 학교도 잊고 학생들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날씨 좋으니까 놀아요/비 오니까 놀아요/쌤 멋지게 보이니까 놀아요…에이, 그냥 놀아요/나는 놀아요 선생님이다.’(놀아요)

학교생활뿐 아니다. 지리산 자락의 삶은 그대로 시가 되고, 시를 쓰지 않아도 시인이 된다.

‘봄비 그친 강 건너 산에서/연둣빛 잎새들이 피워 올리는/산안개 바라보다/때를 놓쳤네…솔바람 시원하더니/어느새 찔레꽃 내음에 취해서/마음까지 놓쳤네/그래서 오늘도 시를 못썼네.’(시 못쓰는 시인)

‘시골 갔다 오던/버스가 갑자기 끼이익!/섰습니다/할머니 자루에/담겨 있던/단감 세 알이/통, 통, 통,/튀어나갔습니다.’(가을)

‘서울 사는 할머니가/전화로 크게 말씀하셨다/“얘야! 거기 눈 많이 왔다며? 절대 밖에 나가지 마라”…“예, 예.”/대답만 해 놓고 밖에 나가서 논다.’(할머니 전화)

시인은 어떻게 하면 때 묻지 않은 가장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볼까 하는 달콤한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선암사’ ‘장날’ ‘이웃할매’ ‘지렁이’ ‘자전거’ ‘눈사람’ 등 시들은 진솔하지만 유치하지 않다. 지금 시인은 눈 덮여 찬란한 지리산 웅석봉을 보며 마음이 힘차고 기쁘다고 말했다. 시인이 전하는 그 세상을 보며 아이들도 마음이 그렇게 될 것 같다.

◇ 달 따러 가자/윤석중 시·민정영 그림/132쪽·9000원·비룡소(초등 1, 2학년)

아동문학계의 거장 윤석중(1911∼2003)의 대표 동시 56편을 엮었다. 윤석중은 일생 동안 동요 동시 1200여 편을 발표했고 그중 800여 편은 노래로 만들어졌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우산)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퐁당퐁당)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기찻길 옆)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맴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동요와 우리말의 리듬감을 잘 살린 동시가 대부분이다.

유경환 시인은 “윤석중 동시를 읽으면 즐겁고 그리고 힘이 솟는다”고 했다. 따뜻한 느낌의 삽화와 함께 실려 있어 어른들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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