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1월 6일 03시 0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 점은 아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거나 그에 관한 책을 권하고자 할 때 마음에 새겨 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미리부터 특정한 교훈을 정해 놓거나 답을 정해 놓고 아이들이 그것을 찾아내도록 훈육하는 책을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 책들은 어린이들을 생각의 주체가 되도록 하지 못합니다.
어린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철학적 이론이나 옳고 그름의 정해진 덕목을 가르치는 책이 아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철학책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학년 아이들이 읽을 만한 몇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말썽꾼이야-예진 아빠의 철학동화(철수와영희)=모길이와 재우라는 고아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입니다. 두 소년은 소망천사원이라는 보육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단짝이던 두 친구가 자신이 먼저 입양되기를 바라면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지금까지 착한 것만을 강조한 권선징악의 패러다임에서 많이 벗어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예진이와 아빠의 토론이 등장합니다. 말썽꾼을 벌하거나 길들이려는 의도가 전혀 없는 이 책의 내용이 어린이들에게는 의아한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새로운 사색으로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입니다.
▽꽃들에게 희망을(시공주니어)=호랑이 애벌레와 노랑 애벌레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입니다. 애벌레가 자신을 벗어나서 나비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단순히 먹고 자라는 것만이 사는 것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훈시나 교훈이 아닌 상징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느끼게 만듭니다.
▽철학하는 내가 좋다(해냄출판사)=이 책 또한 철학동화입니다. 주인공인 어린 노마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쓴 책이라서 아이들이 읽기에 편리합니다. 특히 동화 속에서 철학 찾기, 학교생활에서 철학하기, 가정생활에서 철학하기 등 철학적 사유가 먼 곳이 아닌 일상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이 책뿐만 아니라 ‘판단하는 내가 좋다’, ‘관찰하는 내가 좋다’, ‘생각하는 내가 좋다’ 등이 시리즈로 나와 있습니다.
▽생각이 자라나는 이야기 1, 2(닥터필로스)=앞의 책과 비슷한 구성의 책입니다. 딱딱한 설명이 아닌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철학적인 문제의식을 갖게 만듭니다. 하지만 행복, 선, 봉사, 끈기, 인내 등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룹니다. 뒷부분에는 학부모와 교사를 위한 해설편이 있는데 이는 자칫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학습을 강요하는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박영욱 건국대 연구교수·서양철학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