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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29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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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에 입문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건너야하는 '통과의례'. 그만큼 기독교와 과학간의 불화(不和)는 골이 깊다. 7일만에 광대한 우주를 뚝딱 창조하신 하나님. 지구의 역사가 40억년에 이른다는 진화론.
'성경에는 일점 일획 틀린 것이 없다'는 무오류설과 문자주의적 전통이 강한 한국 기독교계만의 상황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창조론의 세련된 변형인 '인털렉츄얼 디자인론'(Intellectual desine)이 교육계 종교계 과학계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연세대 학부대학 현우식 교수가 쓴 '과학으로 기독교 새로 보기'(1만원·연세대학교 출판부)는 오랜 앙숙이었던 기독교와 과학간 대화와 상생(相生)을 모색한 책이다.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이 현 교수의 결론.
현 교수 스스로가 좋은 사례다. 그는 목사다.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원 석사를 마쳤고 2004년 감리교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그는 또 과학자다. 신학대학원을 마친 뒤 인지과학을 전공해 연세대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29일 연세대 백양관에 있는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지구의 나이는 몇 살입니까.
"36억년에서 38억년정도 됩니다."
-진화론을 믿습니까.
"예, 믿습니다. 그것도 하나님의 창조활동이니까요."
현 교수의 답변은 거침이 없다. 그는 창조론과 진화론의 관계를 '점'과 '선'에 비유했다.
"창조론은 한 번에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한 점의 사건입니다. 반면 진화론은 지속적인 창조를 의미하기 때문에 선입니다. 하나님의 창조를 선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성경에는 많습니다. '연속 창조'라고 볼 수 있지요. 누가 감히 하나님의 창조활동을 '점'으로 제한할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성경의 '창세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하나님의 창조행위를 3차원적인 지구라고 가정한다면. 성경은 그 지구를 2차원적으로 표현하는 지도지요. 둥근 지구를 아무리 잘 묘사해도 왜곡이 생깁니다. 그린란드는 남극대륙보다 훨씬 작지만 지도상에는 거의 같은 것으로 표현되지요." 그는 창세기의 '첫 날'의 '날'은 히브리어로 '욤'(yom)이며 그것은 하루가 아닌 '기간'(period)의 개념이라고 말했다.
종교와 과학의 관계는 중세이후 갈릴레이처럼 '이성의 빛'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겐 풀 수 없는 숙제였다. 현 교수는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말로 해법을 제시한다. "종교없는 과학은 온전히 걸을 수 없으며, 과학없는 종교는 온전히 볼 수 없다. 실재의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은 합리적이어서 이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 역시 종교적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현 교수는 우주탄생의 기원과 관련, '빅뱅(Big Bang)이론'의 신봉자다. 빅뱅이론과 기독교의 공동관심사는 '태초'라는 사건이다. '빛이 생겨라 하시니 빛이 생겼다'(창세기 1장3절). 빅뱅이론에 대해 그는 "여러 우주론중에서 빅뱅이론이 기독교와 가장 가깝다. 우주는 불변하고 무한하다는 정상상태우주론은 창조행위를 설명할 수 없다. 출발점이 있고 그것이 팽창하는 빅뱅이론은 동적인 우주론이며 성경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론은 매우 과학적이고 실증적이지만 결국 마지막 결론은 '믿음'이다. "과학자들요? 입증되지 않은 가설에 어떻게 신념을 갖지요?. 결국 믿음이 없으면 나갈 수가 없는 것 아닌가요."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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