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펼치니 대박 보여요’… 이종주-구모니카 대표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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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과 여성실용서들이 요즘 주목받고 있다. 로크미디어의 이종주 대표(위)와 M&K의 구모니카 대표.
장르문학과 여성실용서들이 요즘 주목받고 있다. 로크미디어의 이종주 대표(위)와 M&K의 구모니카 대표.
《서점가를 휩쓰는 경제경영서 외에 요즘 주목받는 두 분야를 고르라면 장르문학과 여성 실용서를 들 수 있다.

순수문학과 대비되는 판타지 무협 SF 로맨스소설 등 장르문학은 온라인 게임 활성화에 힘입어 문화 콘텐츠의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20, 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실용서 분야는 ‘여자생활백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떠오른 시장이다.

두 분야에서 순전히 자기 취향에 의존해 전문 출판사의 외길을 뚫은 사람들을 만나 봤다.

무협지나 여성 실용서를 펴내는 일을 ‘너무 하고 싶어’ 뛰어든 이들이다.

때로는 취향이 길을 만든다.》

■무협소설 전문 ‘로크미디어’

파황 등 600여권 출간

게임, 영화에서는 판타지가 이미 주류이지만 장르문학은 아직도 도서대여점 위주로 유통되는 등 비주류를 벗어나지 못한다.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인 로크미디어 이종주(42) 대표는 이 업계에서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서울대 경제학과 83학번인 그는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민주화의 길’ 편집장을 지냈고 ‘신문소프트’ ‘어, 그래?’ 등의 베스트셀러를 직접 쓰거나 기획했다.

그런 그가 3년 전 무협, 판타지 소설 전문 출판을 시작할 때 주변에선 “왜 ‘저 아래 3류’로 가느냐”며 심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놓고 고민하다 후자를 택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 초등학교 때 ‘중원의 용쟁혈투’를 접한 뒤 강호의 세계에 푹 빠진 그는 대입 학력고사 전날까지 무협지를 봤을 정도다.

3년간 그가 펴낸 책은 ‘파황’ 등 600여 권. 10대 후반∼20대 남성이 주 독자층이지만 최근 여성 독자들과 작가들도 느는 추세다. 인기 무협작가 좌백과 함께 회원수 100만 명을 돌파한 무협 온라인 게임 ‘구룡쟁패’의 소설을 해외에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장르문학이 국내에서도 인정받으려면 서사의 형식을 바꾸고 품질을 높여 사회적 이슈와 결합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고급 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30 여성실용서 ‘M&K’

‘여자의 발견’ 등 멘토북

최근 ‘여자의 발견’을 낸 출판사 M&K는 ‘2030 여우들’을 타깃으로 한 전문 출판사.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됐고 펴낸 책도 4권뿐이지만 ‘여자의 발견’ ‘꿈을 이뤄주는 자기 주문법’ 등이 모두 1만 부 넘게 팔려 출발이 꽤 순조로운 편이다.

‘2030 여우들’을 겨냥한 전문 출판은 구모니카(32) 대표가 자신의 고민에서 찾아낸 틈새였다. 23세에 방송AD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여성월간지에서 8년간 기자로 근무한 그는 훤칠한 키와 이국적 외모 덕분에 패션모델로 무대에 서 본 경력도 있다.

“소비를 조장하는 매체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가 늘 고민이었어요. 나도 그렇고 주변에도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속물도 아닌 여성들이 실제로는 다수인데 잡지, 책 등의 매체에서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고요.”

서른을 넘기면서 고민은 더 절실해졌다. “열심히 일해 전문가도 되고 싶고, 결혼도 해야 하는데 잘 안 되고, 저출산을 우려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죄지은 심정이지만 속으로는 억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출판사를 차려 여자 멘토북 시리즈를 기획했다. ‘여자의 발견’에 이은 두 번째 책으로 영화 ‘연애의 목적’ 시나리오를 쓴 작가 고윤희 씨와 함께 ‘여자의 결혼’(가제)을 준비 중이다. ‘여자의 트라우마’ 등도 시리즈로 펴낼 예정이며 20, 30대 여성 팬이 유독 많은 가수 이상은 씨와 함께 준비하는 ‘아트 & 플레이’도 내년 초에 나온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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