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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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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사회적·역사적 조건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상식적인 일반론을 존중해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김명환)
2000년 이후 등장한 젊은 작가들을 두고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계간 ‘창작과비평’ 겨울호는 특집 ‘2000년대 한국문학이 읽은 시대적 징후2’에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1980년대식 정치성을 벗어났다는 최근 평론가들의 주장에 대대적인 반격을 가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 논쟁이 1960, 70년대를 풍미했고 1990년대 초까지 지속됐던 순수-참여 논쟁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것. 최근 문학이 한국사회의 역사적 인력(引力)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주장과 문학은 속한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특히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평론가 이광호 서울예대 교수. 이 씨는 올 봄 평론집 ‘이토록 사소한 정치성’에서 2000년대 젊은 문학을 두고 정치성과 현실의 부담을 털어버린 ‘무중력 공간’이라고 호명했다.
이에 대해 평론가 김명환 서울대 교수는 ‘창작과비평’ 겨울호에서 “작가들이 현실의 구속을 부정하거나 탈출하려 하는 일은 가능하지만, 그럴수록 작품의 역사적 규정을 분석하고 규명하는 것이 비평의 본령”이라면서, 이 씨의 평론은 2000년대 문학이 이전과 얼마나 본질적으로 다른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평론가 임규찬 성공회대 교수도 특집 기고에서 평론가 이광호 김형중 씨에 대해 비판했다. 최근 계간 ‘문학동네’가 마련한 좌담에서 두 사람은 문학과 현실과의 상관관계를 강조하는 ‘민족문학론’으로는 최근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광호 씨는 “2000년대에도 여전히 민족문학과 리얼리즘의 문제를 말한다는 것은 공허하고 생산적이지 않다”고, 김형중 씨는 “지금 시대는 현실에 대해 말하기가 무척 힘든 시대”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임규찬 씨는 “복잡성을 띨 수밖에 없는 ‘민족문학론’의 핵심 사안에 안일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눈에 띄며, 예를 들어 ‘미적 모더니티’를 만능열쇠로 구사하는 부분이 그렇다”고 반박했다.
뜨거운 토론에 대해 문단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간의 모호한 비평과 달리 실명을 들어 조목조목 따지는 비판은 오랜만인 데다, 논쟁의 주제가 2000년대 새로운 문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탐색인 만큼, 문학 자체에 대한 관심을 사회적으로 환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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