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구나, 일찍 떠난 누이야… 박항률 개인전 21일까지

  • 입력 2006년 11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사촌누이는 고등학교도 다 못 마치고 세상을 떠났다. 구루병을 앓느라 몸이 아이같이 작았던 누이. 유난히 가깝게 지냈던 누이를 박항률(56) 씨는 오랫동안 마음에 두었다.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박 씨의 개인전 ‘Meditation-Yonder of nowhere’에서는 일찍 세상을 떠난 누이에 대한 화가의 기억을 만날 수 있다. 그림 대부분에 단아한 소녀가 등장한다.

박 씨는 박완서 정호승 씨 등 문인들의 글을 그림으로 표현해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졌다.

이번 전시회에는 작가 특유의 명상적인 분위기와 따뜻한 색감이 돋보이는 아크릴화 60여 점이 나왔다. 3호 소품부터 120호까지, 회화뿐 아니라 드로잉과 창살오브제, 조각에 이르기까지 크기와 기법이 다양하다. 한복 입은 댕기머리 소녀, 먼 곳 어딘가를 응시하는 소녀 등 다양한 모습의 ‘누이’들이 그의 그림의 주인공이다.

그 ‘누이’들은 하나같이 자연과 함께 한다. 꽃, 나무, 고양이, 새…. 자연과 인간의 평화로운 어우러짐을 전달하는 그림이다.

그림의 대부분은 소녀의 옆모습이다. “정면이 얼굴 하나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데 반해 옆모습은 배경을 비롯한 그림 전체를 보도록 이끌기 때문에 옆모습을 많이 그렸다”고 그는 말했다.

특히 머리에 새가 앉아 있는 소녀가 인상적이다. 작가는 “명상적인 인간 모습의 소재를 목마르게 찾다가 10여 년 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비둘기가 날아와 여행객의 머리에 앉는 것을 보고 ‘바로 이것’임을 깨달았다”고 돌아본다. 색동한복을 입은 소녀를 그린 ‘봄의 유혹’이나 ‘기다림’도 화가가 아끼는 작품이다. ‘숨어 있는 인체를 살려 주고 싶다’는 생각에 한복이 몸의 선을 따라 붙도록 그려, 색동한복의 화려한 색감과 소녀의 몸의 부드러운 곡선이 함께 살아났다. 02-736-1020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