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속살 드러낸 감들의 향연… 늦가을 양촌 붉게 물드네

  • 입력 2006년 11월 1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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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골의 할머니 한 분이 따뜻한 가을 햇발 아래서 건조 중인 덕장의 두리감을 살펴보고 있다. 곶감은 이 상태로 두 달 이상 말리는데 한 달쯤 뒤에 나오는 반건시가 가장 맛이 좋다. 충남 논산시 양촌면 임화2리. 논산=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이메골의 할머니 한 분이 따뜻한 가을 햇발 아래서 건조 중인 덕장의 두리감을 살펴보고 있다. 곶감은 이 상태로 두 달 이상 말리는데 한 달쯤 뒤에 나오는 반건시가 가장 맛이 좋다. 충남 논산시 양촌면 임화2리. 논산=조성하 여행전문기자
《가을 정취에 감을 빼놓을까. 빈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풍성한 감나무 모습도 좋고, 떫은 땡감 껍질 깎아 줄줄이 줄에 걸어 선선한 갈바람에 말리는 시골마을 고샅길의 감덕(곶감덕장) 풍경도 좋다. 충남 논산시 양촌면의 이메골(양촌2리 임화4리)은 요즘 없어서 못 판다는 ‘양촌 곶감’의 고향. 곶감축제(18, 19일)를 앞둔 양촌으로 안내한다.》

○ 충남 논산 ‘햇빛촌’ 18,19일 곶감축제

소슬한 갈바람에 옷깃 살며시 여미는 가을. 햇빛 아래서 은빛으로 빛나는 갈밭(갈대밭) 머리에 늙은 감나무 한 그루가 덩그러니 서 있다. 나뭇잎이 죄다 떨어져 그리 볼품 있는 모습은 아니다. 그래도 장대 닿지 않은 꼭대기에는 아직도 주황빛 감이 숱하게 매달려 있다. 덕분에 100년 노목의 품새는 겨우 유지가 된다.

이곳은 ‘햇빛촌’ 양촌. 논산과 대전 사이 대둔산 자락의 서쪽이다. 머잖은 탑정호부터 서쪽으로는 죄다 너른 들판인데 이곳 양촌만큼은 사방팔방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였다. 논산 시 임야(산지)의 4분의 1이 양촌 땅이다. 지명이 ‘양촌’인 이유는 가보면 스스로 알게 된다. 높지 않은 산자락에 안긴 채 일년 열두 달 햇빛 고루 받는 아담한 지형이기 때문이다.

‘양촌’은 충남 도내에서도 이름났다. ‘돈이 잘 도는 곳’으로. 그 돈은 몽땅 농사수입이다. 토질 좋고 일조량 많은 자연조건을 활용한 고소득 작물재배 덕분이다. 주 소득원은 그 이름도 유명한 ‘논산딸기’(연간 128억 원). 다음이 곶감(연간 40억 원), 취나물, 꽃상추 순이다. 이곳 꽃상추는 품질이 월등해 가격이 보통 상추의 4배나 된다.

양촌 곶감은 달기로 이름났다. 그 원료인 두리감의 당도가 워낙 높은 덕인데 5년 전 처음 시장에 냈건만 이미 상주, 영동곶감과 어깨를 겨룰 정도다. 한 주민은 “서울의 대형마트 직원들이 고객에게는 유명 지역 곶감을 권해도 정작 자신들은 양촌 것을 사간다”며 “당도가 너무 높아 오히려 걱정”이라고 말했다.

곶감축제의 성공(3년 전)은 양촌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곶감산지로의 변화다. 1년 열두 달 공들인다는 딸기농사(비닐하우스 재배)와 달리 곶감은 석 달만 일해도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양촌곶감작목회의 김남충 회장은 “지형과 날씨, 토질이 감나무 식생에 잘 맞아 양촌에는 오래전부터 감나무가 많았다”면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감나무가 곶감 덕분에 ‘돈 나무’가 된 뒤로는 감나무 값도 서너 배씩 뛰어 그루당 15만∼20만 원이나 한다”고 말했다.

양촌면은 곳곳에 감나무다. 도로가에도, 고샅길(시골 마을길)에도, 담벼락 곁에도, 냇가에도…. 지금은 앙상한 가지 끄트머리에만 감이 조금 남아 있지만 10월 하순 곶감작업에 들어가기 전에는 가지가 꺽어질 듯이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대신 요즘에는 주황빛 속살을 드러낸 채 줄줄이 매달린 감덕(곶감덕장)이 양촌의 가을 풍경을 이룬다.

○ 당도높아 상주-영동곶감과 어깨겨뤄

곶감 만드는 과정을 보기 위해 신기리의 김 회장 집을 찾았다. 마당에서는 이웃 아주머니 다섯 분이 날랜 손놀림으로 껍질을 깎아 감덕에 걸고 있었다. 껍질은 기계로 깎는데 두 단계로 이뤄진다. 한 사람이 꼭지 주변의 윗부분만 깎아내어 넘기면 또 다른 아주머니가 기계로 나머지 부분을 깎는 식인데 모두가 순식간에 이뤄진다. 껍질을 벗긴 땡감은 감덕에서 갈바람을 맞으며 건조되는데 곶감이 되기까지 두 달이 넘게 걸린다. 요즘은 한 달쯤 말린 반건시(함유수분 45∼55%) 상태의 곶감도 많다. 김 회장은 곶감의 풍미를 느끼려면 반건시를 맛보라고 권했다. 축제 때는 반건시 곶감이 나온다.

최근 양촌에는 물을 가미하지 않고 순수하게 두리감으로만 양조한 ‘감 와인’도 등장했다. 만든 이는 물바위송어장 식당(거사리)의 서종석 씨. “내년쯤 상품화하기 위해 현재 시음 중”이라고 소개했다. 황금빛이 감도는 감 와인은 타닌과 산이 적절히 어우러진 미디엄보디의 화이트와인이다.

장동순 양촌면장은 “감은 비타민C가 감귤의 2배, 사과의 6배이고 곶감 표면에 끼는 하얀 감서리(포도당 성분의 당분)는 정액 생성과 정력 강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숙취를 해소하는 데는 감이 최고”라고 말했다.

논산=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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