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 “술마시면 돌변하는 ‘미친개’에 공감”

  • 입력 2006년 11월 9일 03시 01분


코멘트
23일 개봉하는 영화 ‘해바라기’에 출연하는 배우 김래원. 영화는 ‘미친개’라 불리던 한 남자가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얘기다. 아래는 영화 ‘해바라기’ 포스터. 박영대 기자
23일 개봉하는 영화 ‘해바라기’에 출연하는 배우 김래원. 영화는 ‘미친개’라 불리던 한 남자가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얘기다. 아래는 영화 ‘해바라기’ 포스터. 박영대 기자
그는 피곤해 보였다. 이유를 물으니 전날 밤, 그의 매니저가 운동을 하다 발등에 바벨이 떨어져 응급실에 데려다 주었단다. 그러고는 잠이 안 와 오전 6시에야 잠이 들었다고 했다. 질문을 던지면 몇 초 생각한 뒤에 느릿느릿 답한다. 청바지에 집업 니트를 입은 수수한 차림. 까무잡잡한 피부에선 윤이 났다. 그는 배우 김래원이다.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미친 개’라 불리던 거친 남자가 ‘해바라기 식당’의 모녀를 만나 진짜 가족이 돼 가는 영화 ‘해바라기’에서 주인공 오태식 역을 맡았다.

―최근 저축상을 받았다

“으흐흐, 돈 쓸 일이 별로 없어요. 돈 벌면 집에 생활비 보내고 여동생 학비 보내고 제 생활비는 거의 안 들어요. ‘짠돌이’는 아니에요. 밥도 막 30만 원어치 사고 그러는데요? 다만 쓸데없이 몇 백만 원짜리 옷은 안 사요. 우리나라 연예인 중에 제가 옷이 제일 없을걸요. 친구들이 옷 훔쳐 가려다 ‘입을 게 없다’고 투덜대요.”

―전작(미스터 소크라테스)에 이어 또 액션이다. 그것도 대역 없는 액션이라고.

“액션 정말 싫어해요. 이번이 마지막. 쇠파이프에 스펀지 씌워서 때리는데 잘못 맞으면 기절하죠. 뒤통수를 그걸로 맞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비틀거렸어요. 보시면 ‘오, 고생했네’ 하실걸요. 근데 액션은 예고편에 나온 게 전부. 전체적으로는 가족 이야기예요.”

―오태식이라는 인물은 ‘술 마시면 개’라고 표현돼 있는데….

“오태식은 표현할 길이 없어 꾹 누르고 살아온 인물이에요. 억눌린 게 술 마시면 나오는 거죠. 저요? 그 사정 모르는 사람은 이런 얘기 못하지 않을까요? 물론 ‘개’가 되진 않지만 술 마시면 좀 변해요. 제가 혼자 산 지 14년이에요. (그의 고향은 강릉이다)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많이 외로웠던 것 같아요.”

(밥을 못 먹었다는 그는 홍보대행사 직원이 건넨 샌드위치를 받고 머뭇거리다 기자가 “먹으면서 하라”고 하니 연방 “아, 이래도 되나” 하고 미안해하며 기자에게 한쪽을 권했다.)

―영화 때문에 전신에 문신을 했다고….

“에어브러시로 그리는데 한 번에 20시간 걸려요. 그걸 대여섯 번 했죠. 처음엔 책도 보고 잠도 자고 했는데 나중엔 너무 지루해서 제가 다른 스태프 몸에 막 그려줬어요.”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진짜 가족이 돼 가는 얘기다. 느낀 게 많을 것 같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번에 정말 새롭게 느꼈어요. 제가 혼자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가족들에게 의논조차 잘 안 했거든요. 전 뭐든지 가족들과 더불어 하는 게 행복인 걸 몰랐던 것 같아요.”

―영화에 같이 나오는 김해숙, 허이재와의 촬영은 어땠나.

“김해숙 선생님한테는 지금도 ‘어머니’라고 해요. 제가 남한테 속 얘기 잘 안 하는데… 처음부터 인연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재는 귀여워요. ‘오빠, 저는요, 저는요’ 하면서.”

―왜 그렇게 아줌마 팬이 많은가. 혹시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

“왜죠? 저도 궁금해요. 진짜 거의 아줌마예요. 제가 모성본능을 자극하나요? 한 일본 아줌마는요. 진짜 돈이 많은가 봐요. 제가 일본에 가기 전날이면 한국에 와서 같은 비행기 옆자리 끊고 가면서 한마디도 안 시키고 보기만 하다가 명품 옷이나 시계를 선물해요. 다른 아줌마는 ‘평생 쓰라’며 신용카드를 건네는데… 정말 ‘섬뜩’하더라고요. 안 받으니까 다음엔 기프트 카드. 마음은 알겠는데, 어우, 좀….”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