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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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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모인 건데 제대로 해야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들은 “느낌이 좋다”라며 맞장구를 쳤다. 1986년 1월 흩어진 대학생 밴드 ‘다섯손가락’의 원년 멤버(이두헌 임형순 최태완 박강영)들이 20년 만에 ‘재결성’을 외치고 있다. 이들은 12월 2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옴니버스 콘서트 ‘추억의 동창회 프렌즈 80’을 시작으로 20년 만에 활동을 개시한다.
▽임형순(드라마, 영화음악 제작·보컬)=사실 우리가 모인 건 내 아들 때문이에요. “아빠 왕년에 가수였다는데 TV에서 한 번도 못봤다”며 믿을 수 없대요. 생각을 해 보니 더 늙기 전에 한번 만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멤버들을 설득했죠.
▽박강영(실용음악학원 원장·건반, 드럼)=후배 가수들을 양성하고 뒤에서 일을 하다보니 예전 추억도 생각났고 후배들이 우리 음악을 종종 리메이크하는 걸 듣다보니 예전 무대를 못 잊겠더라고요.
▽최태완(조용필 밴드 ‘위대한 탄생’ 멤버·키보드)=‘대학생 그룹’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제약이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멤버들 모두 20년 넘게 음악을 하고 있으니 감각은 예전보다 더 짜임새 있을 걸요.
▽이두헌(음악 기획사 대표·기타)=우리는 촌스럽고 아마추어적이었죠. 하지만 1985년 데뷔 시절은 우리 옆에 ‘들국화’가 있었고 국내 가요가 팝 음악을 앞서 나가기 시작한 시기였죠. 우리 1집이 45만 장이나 나갔으니 실력만큼은 아마추어가 아니었죠.
이들의 재결합에 관심을 갖는 것은 7080 세대만은 아니다. 최근 3집을 발표한 ‘동방신기’가 이들의 히트곡 ‘풍선’을 리메이크 해 10대들 역시 이들의 정체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지금은 경제적인 환경은 좋을지 몰라도 가수로서의 자존심은 20년 전이 더 나았죠. 사실 우리가 지금 데뷔했다면 아마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음악이 갈수록 액세서리처럼 변하는 것 같아서….
12월 2일 공연후 내년 1∼2월에 있을 단독 공연, 그리고 새 앨범 발표까지 이들의 활동은 이어진다. “음악 평생 할 수 있을까?” “대리운전이라도 할까?” 엄살 피우는 아저씨들. 이들을 보니 여전히 ‘수요일엔 빨간 장미’가 피어오를 듯하다.
▽임=얼마 전 무대에 올랐는데 이제야 관객이 보이더군요. 12년 만에 뭉쳤던 ‘이글스’ 아시죠? 그들처럼 ‘다섯손가락’의 모습을 찾고 싶어요.
공연 문의 02-784-8255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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