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팅의 클래식… 마법의 목소리

  • 입력 2006년 11월 1일 03시 03분


클래식 음반 ‘송스 프롬 더 래버린스’를 발표한 팝 스타 스팅. 사진 제공 유니버설 뮤직
클래식 음반 ‘송스 프롬 더 래버린스’를 발표한 팝 스타 스팅. 사진 제공 유니버설 뮤직
3년 만에 발표된 영국 출신 팝 스타 스팅(55)의 음악은 난감 그 자체다. ‘류트’라는 9줄짜리 현악기를 품에 안은 그의 사진, 그리고 클래식 음반을 뜻하는 ‘도이치 그라모폰’ 노란색 딱지까지…. 50대 중반에 접어든 그가 얼마나 심오한 작품을 완성했을지 재킷만 봐도 겁이 난다. 굳이 음악을 듣지 않아도 배가 부른 그의 클래식 앨범은 반갑다 못해 당혹스럽다.

○ 존 다울랜드에게 바치는 음악

23곡이 빽빽이 들어 찬 그의 클래식 앨범 ‘송스 프롬 더 래버린스(미로)’에는 사라예보 출신의 류트 연주자 에딘 카라마조프의 연주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 위에 펼쳐지는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운 솜사탕에서 날카로운 선인장까지 자유자재로 변한다. 마술을 부리듯 청자를 쥐락펴락하는 그의 목소리…. 쉽지 않은 클래식 음반을 통해 그는 대중성을 초월한 음유시인이 된 것일까?

“24년 전 바로크 시대 음악가이자 시인인 존 다울랜드를 처음 알았죠. 그 후 기타리스트 도미닉 밀러에게서 카라마조프를 소개 받았고 그는 내게 ‘당신이 다울랜드의 음악을 불러야 돼요’라고 말했죠. 그날 밤부터 우리는 이유도 모른 채 다울랜드의 작품집을 연주하며 그의 음악에 몰입하게 됐죠.”

그가 직접 남긴 앨범 속 해설지에는 왜 그가 24년간 이 클래식 음반을 만들고 싶어했는지 담겨 있다. 바로크 음악과 록 보컬이 만난 듯한 ‘캔 쉬 익스큐즈 마이 롱스’,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클리어 오어 클라우디’, 불협화음이 인상적인 ‘인 다크니스 렛 미 드웰’ 등과 그가 낭독하는 다울랜드의 사사로운 편지글까지…. 다울랜드에 대한 이들의 존경심은 가을바람처럼 카랑카랑하다.

○ 스팅의 미로

23곡의 연주와 노래가 끝나갈쯤 앨범 재킷에 그려진 ‘스팅의 음악적 미로(Sting's musical labyrinth)’가 눈에 들어온다. ‘Sting’이란 글자 안에 록, 포크, 재즈, 라틴, 월드, 리듬앤드블루스 등의 장르, 그리고 U2, 지미 헨드릭스, 밥 말리 등 그가 영향을 받은 뮤지션들….

‘에브리 브레스 유 테이크’, ‘잉글리시 맨 인 뉴욕’,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 ‘데저트 로즈’…. 30년 남짓한 음악생활을 통틀어 그는 음유시인이길 원했고 노래 그 이상의 ‘작품’을 만들길 원했다. 이제 그의 음악 미로 안에는 파이 하나가 더 늘어났다. 바로 클래식을 노래하는 스팅. 그가 다울랜드를 존경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그를 존경할 차례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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