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차이니즈 신데렐라’

  • 입력 200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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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니즈 신데렐라/애덜라인 옌 마 지음·김경미 옮김/285쪽·9000원·비룡소(중고생)

제목대로 중국판 신데렐라 이야기다.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여자아이는 신데렐라를 꿈꾼다. 새엄마가 아니더라도 엄마가 새엄마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느낄 때,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그렇다. 현실에 만족한 여자아이가 얼마나 될까. 그래서 어렸을 때는 ‘콩쥐팥쥐’나 ‘신데렐라’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인 듯 가슴 아파하고 조금 커서는 ‘키다리 아저씨’나 ‘프리티 우먼’에 가슴 설렌다.

이 책에 따르면 신데렐라 이야기는 중국에서도 있었다. 중국 당나라 때 예셴이라는 소녀가 바로 신데렐라다. 서양의 신데렐라와 다른 점은 신발을 요정이 그냥 준 것이 아니라 예셴이 재능과 노력으로 샀다는 점이다. 예셴은 도자기 만드는 데 재능이 있었고 신발을 받는 대가로 도자기를 제공한다.

주인공 애덜라인의 유일한 친구인 바바 고모는 “어떤 면에서 예셴이나 신데렐라는 너와 비슷하다. 죽은 엄마 때문에 슬픔을 겪는 아이들이잖니. 그들의 이야기가 네게 절망에 맞서는 부적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다”고 위로한다.

실제로 애덜라인의 상황은 절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때는 일본이 중국의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을 점령한 1937년, 애덜라인은 톈진의 프랑스 조계지에 있는 부유한 대가족의 딸이었다. 엄마가 5남매의 막내인 애덜라인을 낳다가 숨지자 식구들은 재수 없는 아이라며 미워한다.

아빠는 일년 뒤 유라시아 혼혈의 아름다운 새엄마와 재혼해 두 동생이 더 태어나고 애덜라인은 두 동생에게조차 무시당한다. 심지어 자신이 키우던 아기오리마저 아빠와 새엄마의 애완견에게 물려 죽는다.

상하이(上海)에서 가족과 살다 새엄마의 미움을 받아 마오쩌둥(毛澤東) 지도하의 공산주의자들이 다시 남하하기 시작할 때 톈진의 기숙학교에 보내지는 부분은 기가 막히다.

열 살짜리 소녀는 고모와 영원히 떨어져 산다는 슬픈 생각밖에는 할 수 없다.

“고모는 언제까지나 내 고모지?”

“물론이지!”

고모는 애덜라인에게 편지를 보내면 답장을 하겠다고 약속한다.

“언제나?”

“그리고 그 후에도 네가 날 기억하는 한.”

톈진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아빠는 멀미 때문에 눈을 감았다가 잠들어 버린 애덜라인을 깨운다.

“승무원이 이 카드를 기록하라는구나. 그런데 네 중국 이름이 생각 안 나네. 네 이름이 쥔칭이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덜라인은 학교에서 일등을 놓치지 않았고 국제희곡쓰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영국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특별한 성적만 있으면 너는 네가 원하는 걸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고모의 말이 맞았다. 예셴처럼 중국판 신데렐라는 역시 달랐다. “이걸(특별한 성적) 비밀무기나 부적이나 네가 바라는 모든 것을 가져다 주는 마법의 주문으로 만들어.”

결국 세상이 애덜라인의 재능을 알아보았고 아빠와 새엄마가 틀렸다는 걸 증명했다.

애덜라인은 수많은 미운 오리새끼에게 “단 하나의 긍정적인 꿈이 천 가지의 부정적인 현실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외친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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