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썰렁한 추석 30년만에 처음"

  • 입력 2006년 9월 28일 15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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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보육원,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의탁하고 있는 아동, 노인들은 그 어느때보다 썰렁한 분위기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년 이맘 때면 찾아오던 후원자들과 각계의 온정 손길이 올해는 이상하다 싶을정도로 뚝 끊겨 문의조차 없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있는 상록보육원 부청하(63) 원장은 28일 "추석이 이제 일주일밖에 안남았는데 희망이 없어 보인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상록보육원에는 2세에서 대학생까지 고아 75명, 18세에서 25세까지의 복지시설 출신 여학생 22명 등 100명 가량의 아동ㆍ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부 원장은 "보통 명절 때면 10여곳 이상에서 찾아와 지원을 해주곤 했지만 올해는 통일부와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일부 성금을 전달한 것 외엔 전화문의 조차 없다"며 "30년간 일했지만 이런 추석은 처음이라고 말하는 직원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부 원장은 "사회 분위기 전체가 썰렁한 탓이 아닐까 싶다"며 "지도층이 먼저 나서서 `서로 돕자'는 말 한마디만 해줘도 크게 달라질텐데 그런 모습도 찾아볼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구산동 은평천사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4세에서 18세의 정신지체장애아동과 3세에서 18세의 결손가정 아동 등 200여명이 살고 있는 이곳에는 지금까지 불과 1~2곳에서 지원의사를 밝힌 것이 전부다.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한 이벤트도 없이 아이들은 송편 등 추석음식도 제대로 나누지 못할 형편이다.

은평천사원 후원개발실의 이희승(31)씨는 "작년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상황이 더 안좋다"며 "평소 오시던 분들도 소식이 없어 이번 추석은 아이들끼리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65명의 아동이 생활하는 강남구 포이동 강남보육원 역시 추석을 앞두고 지원 문의가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다.

함영선 사무국장은 "연휴가 길어서인지 기업들 사정이 안좋아서인지 올해는 아직까지 전화문의도 전혀 없다"며 "보통 명절 때면 오시던 분들조차 올해는 연락이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엘림양로원 측도 "갈수록 이런 시설에 대한 사회관심이 덜해지고 있는데 올해도 나아진 건 없다"며 "자체적으로 떡이나 전, 국 등 음식을 준비해 양로원 노인분들과 함께 추석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복지재단 이서영 홍보팀장은 "경기도 안좋은데다 올해 추석연휴는 예년보다 훨씬 길어 여행이나 나들이 가는 사람들이 많은 탓인 것 같다"며 "외로운 사람들에겐 아주 작은 관심과 지원도 큰 힘이 된다"고 온정을 호소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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