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들여다보기 20선]<8>남자를 보는 시선의 역사

  • 입력 2006년 9월 27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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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의 인체 해부학 연구는 인간, 특히 남성의 신체가 모든 사물의 척도가 된다는 생각을 그 근본에 두고 이루어졌다. 뒤러가 그린 비례 드로잉도 같은 생각에서 나온 것이었다. 아카데미의 미술가들은 실제 남성 누드를 보고 습작하면서 모델이 보여 주는 형태를 어떻게 일반화하고 또 이상화하는지에 관해 배웠다. -본문 중에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벨베데레의 아폴론.

이 세 남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벌거벗었다는 것이다. 왜 미술가들은 투지와 용기의 상징인 ‘다비드’와 사유하는 인간의 전형인 ‘생각하는 사람’, 완벽한 이상미의 표본인 ‘아폴론’의 옷을 죄다 벗긴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원하면 ‘남자를 보는 시선의 역사’를 펼쳐야만 하리라. 책의 주제는 파격적이면서 독특하다. 왜냐하면 남성의 알몸을 감상하면서 과연 남자란 무엇인가를 집요하게 탐색하기 때문이다.

저자인 에드워드 루시-스미스는 남성 누드에 남자의 정체성뿐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남성형이 문신처럼 새겨져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남성 누드는 남자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의 알파이며 오메가라는 얘기다. 이런 도발적인 저자의 이론에 화답하듯 책에는 다양한 남성들이 나체를 선보이며 속내를 털어놓는다. 예를 들면 고대 그리스의 남성 ‘얼짱’ ‘몸짱’은 당대인들이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갈망한 나머지 남자 누드를 창안한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독자가 공감한다 싶으면 이번에는 헤라클레스형 남성들이 나선다. 그들은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며 가공할 힘과 초인적인 의지, 영웅심을 강조하기 위해 알몸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또한 남자의 몸에 여성적 분위기를 장신구처럼 걸친 꽃미남들은 두 성을 통합한 양성미를 구현하기 위해 남성을 벗고 여성을 입었다고 속삭인다.

그뿐 아니다. 처참하게 살이 찢긴 희생자들은 상처투성이 알몸을 드러내며 인간이 육체적 고통에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를 깨닫기 위해 나체가 되었다고 호소한다. 자연과 동화된 웰빙족 삶을 구현한 남자 나체, 현대인의 변화된 성적 취향이 투영된 동성애적 누드, 해방된 여성의 성욕을 반영한 남성 누드도 눈길을 끈다.

독자는 각양각색의 남자 누드를 감상하면서 시대적 취향과 성적 욕구가 어떻게 남성의 몸을 재단했는지 확인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불끈 치솟는 의문 한 가지! 남자의 본성을 공부하기 위해 보호막을 벗긴다는 책의 주제에는 100% 공감한다. 하지만 왜 굳이 알몸일까?

해답은 벌거벗은 몸보다 강렬한 언어는 없기 때문이다. 나체는 인간의 감각에 테러를 가하기 때문에 생각이나 감정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미술가들이 사람을 자주 발가벗기는 것도 작품의 메시지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친밀한 관계는 스스럼없이 상대에게 속살을 보여 주는 사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독자여, 그대가 남자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다면 지도 대신 남자의 몸에서 발산하는 원초적 언어를 먼저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국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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