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걱정인형’에게 다 털어놔… ‘겁쟁이 빌리’

  • 입력 2006년 9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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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많은 아이 빌리(위 그림)와 빌리 같은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걱정 인형’. 작가는 걱정 인형을 들어 보여준 할머니 손에 경륜 가득한 잔주름까지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묘사했다. 그림제공비룡소
걱정이 많은 아이 빌리(위 그림)와 빌리 같은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걱정 인형’. 작가는 걱정 인형을 들어 보여준 할머니 손에 경륜 가득한 잔주름까지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묘사했다. 그림제공비룡소
◇겁쟁이 빌리/앤터니 브라운 글 그림·김경미 옮김/32쪽·8500원·비룡소(5세 이상)

애들도 걱정이 많다. 아껴둔 케이크를 동생이 몰래 먹어 치울까 걱정이고 퇴근 시간이 늦어지는 엄마를 기다리며 유치원 준비물을 못 챙겨 갈까 걱정이다.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동화에 겁을 먹고 “늦게 자면 눈썹 하얗게 센다”는 아빠의 위협에 되레 눈망울이 말똥말똥해진다.

빌리는 이보다 한 수 위다. 그래서 ‘겁쟁이’ 빌리다. 특히 잠자리에 들기 전엔 더욱 심해진다. 벗어 둔 신발이 잠자는 사이 또박또박 걸어 도망가지 않을까, 비가 오면 침대까지 물이 차오르지 않을까, 날카로운 초승달이 뜨는 날 큰 황새가 날 물어가 버리지 않을까.

어느 날, 집을 떠나 할머니 집에서 자게 된 빌리, 그래서 걱정이 더 많아진 빌리.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할머니께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역시 할머니 손이 약손이다. “참 재미있는 상상이로구나. 나도 너만 했을 때는 걱정을 많이 했지” 하고 빌리를 안심시킨 뒤 ‘걱정 인형’이라는 확실한 해결책까지 제시한다.

걱정 인형은 중앙아메리카의 과테말라에서 처음 생겼다고 한다. 어른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나뭇조각과 자투리 천으로 알록달록하게 만들어 아이들의 베개 아래 넣어 두면 아이들의 걱정을 대신 해 준다는, 그래서 아이는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빌리는 할머니가 주신 여섯 개의 알록달록 걱정 인형에게 온갖 걱정을 다 이야기한 뒤 깊게 잠든다. 다음 날에도, 또 그 다음 날에도 계속 푹 잔다. 그런데 새로운 걱정거리가 또 생겼다. 빌리의 걱정을 떠넘겨 받은 인형들이 불쌍해서 또 걱정하기 시작한다! 못 말리는 빌리, 그러나 빌리는 또다시 좋은 생각을 해내고….

‘고릴라’로 유명한 앤터니 브라운의 그림은 더는 말이 필요 없다. 때 묻은 걱정으로 머릿속이 복잡한 어른들도 잠시 환상적인 그림에 빠져 웃게 만든다.

단추 꼭꼭 채워 입고, 양말 반듯하게 당겨 신고,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았던 소심한 빌리. 인형들 덕분에 걱정을 훌훌 벗어 던진 빌리의 자유롭게 흐트러진 머리와 시원스럽게 내려간 양말을 꼭 챙겨 보시라.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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