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경영법 10세 전부터?… 자기계발서 열풍 어린이까지 가세

  • 입력 2006년 9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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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아저씨의 얘기를 들으니 슬그머니 내 인생이 걱정됐다. 아저씨는 고등학교 때 좋은 차를 사고 여자를 사귀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좋은 직업을 갖지 못했다. 나도 엄마가 공부하라고 말할 때마다 속으로 ‘쳇, 공부 못하면 ‘알바(아르바이트)’나 하지 뭐…연예인들도 편의점에서 알바 하던 사람 많잖아’라고 생각했는데 찰리 아저씨를 보니 그러면 안 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인터넷서점 알라딘에 오른 ‘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 독자의 리뷰 중에서)

성인도 어린이도 전략적 인생 설계가 중요한 시대다. 올해 초부터 불붙은 자기계발서 붐이 청소년과 어린이도서 시장까지 옮겨갔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주 어린이도서 판매 순위 집계에서 ‘…마시멜로 이야기’와 ‘어린이를 위한 배려’가 1, 2위를 차지했다. 출간되자마자 어린이도서 분야 1위에 오른 ‘…마시멜로 이야기’는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19위에 올랐다.

두 책은 베스트셀러인 성인용 자기계발서 ‘마시멜로 이야기’와 ‘배려’를 어린이용으로 만든 기획도서다. 출간된 지 넉 달된 ‘…배려’는 지금까지 8만 부가량, 2주 전 출간된 ‘…마시멜로 이야기’는 4만부가량 판매됐다.

신간이 한동안 뜸했던 청소년용 자기계발서 분야에서도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한다’가 20만 부가 넘게 팔리는 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뒤 활기를 띠는 추세다. ‘16살…’ 2권과 ‘중학교 때 습관이 너의 미래를 결정한다’ ‘10대에 꼭 해야 할 32가지’ 등이 잇따라 나왔다.

‘…마시멜로 이야기’를 펴낸 깊은책속옹달샘 현민경 부장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타깃인데 초등학교 저학년생과 유치원생에게 이 책을 읽어 주는 부모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들은 이 책을 잔소리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책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마시멜로 이야기’가 성인용 자기계발서의 성공 이후 기획된 책인 반면 ‘… 배려’는 기획 단계부터 성인용과 어린이용이 동시에 추진됐다. 위즈덤하우스 김현종 팀장은 “한 아이디어를 여러 방식으로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사례”라면서 “‘배려’의 내용을 연극이나 뮤지컬로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외동아이들에게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이 책을 ‘7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이와 청소년용 자기계발서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성인용 재테크 책이 잘 팔릴 때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와 같은 어린이용 경제서 붐이 일었던 것처럼, 어린이용 자기계발서도 어른의 욕망을 어린이 책에 투영시킨 데 불과하다는 것.

어린이책 전문 계간지 ‘창비 어린이’ 가을호에 ‘…배려’의 서평을 쓴 양동훈 씨는 “부모가 보여 주는 배려라는 것이 아빠가 가끔 설거지를 도와주거나 양육을 위해 직장을 포기한 엄마가 병원에서 갓 퇴원한 몸으로 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쇼핑을 하거나 놀이동산 전시회에 다니는 것”이라며 “가정에서 이런 ‘배려’를 받고 자라면 엄마뿐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회적 육아지원체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책이 보여 주는 학교에서 배우는 배려도 “어떤 상황에서든 선착순 달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며 “국가가 개인의 양심과 습관마저 주입하는 학교의 바른생활 교육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어린이와 청소년은 성장단계에 맞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교양을 습득해야 하는데 이에 앞서 자기계발의 매뉴얼부터 읽게 하는 것은 지적 성장에 있어 사상누각을 짓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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