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탄 싱어… 시각장애 드러머

  • 입력 2006년 9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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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열리는 제30회 MBC 대학가요제 본선에 오른 7인조 록밴드 ‘Z’. 1급 시각장애인 홍득길 씨(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2급 지체장애인 이민호 씨(가운데 휠체어 탄 사람)가 결성했다. 사진 제공 MBC
30일 열리는 제30회 MBC 대학가요제 본선에 오른 7인조 록밴드 ‘Z’. 1급 시각장애인 홍득길 씨(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2급 지체장애인 이민호 씨(가운데 휠체어 탄 사람)가 결성했다. 사진 제공 MBC
"그동안 대학가요제 무대에 서는 꿈만 몇 번을 꿨는지 몰라요. 하지만 부담도 듭니다."(홍득길)

"'장애인 밴드'라는 화제로 본선에 올랐다고 비난받을까 겁나요. 우리가 할 일은 단 하나. 실력을 보여드리기 위해 연습 또 연습이죠."(이민호)

1급 시각장애인인 홍득길(25) 씨와 2급 지체장애인 이민호(23) 씨가 결성한 7인조 록밴드 'Z'가 자작곡 '나만의 세상'으로 30일 대구 경북대에서 열리는 MBC 대학가요제 본선에 올랐다. 77년 대학가요제가 시작된 이래 장애인 밴드가 본선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소감을 묻자 기쁨과 부담이 얽히는 듯 "아직 대회도 열리지 않았는데 무슨 인터뷰…"냐며 의아해했다.

"고등학교 때 피아노 레슨을 받으며 '비틀스'의 존 레논 같은 가수가 되고 싶었죠. 몸은 불편해도 노래는 몸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이)

"고등학교 때 스쿨밴드에 가입해 드럼을 연주했어요. 드럼이 보이지 않아 힘들긴 하지만 배철수나 신해철 씨처럼 대학가요제에서 실력을 뽐내고 싶었습니다."(홍)

올해 3월 홍 씨를 주축으로 결성된 밴드 Z는 국립 한국재활복지대학 멀티미디어음악과 1~2학년생들로 구성됐다. 'Z'는 알파벳 마지막 글자 Z처럼 최후의 밴드로 남고 싶다는 뜻.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비장애인이다. 홍 씨는 2002년 장애인아시안게임 높이뛰기 선수 출신으로 광고 모델로도 활동한 적이 있다. "멤버들끼리 서로 입장이 달라 어려운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이들은 "좋아서 하는 일인데…"라며 배시시 웃는다. 그러나 체력적인 한계에 부닥치곤 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근육이 말라가는 진행성 근육병에 걸려 휠체어 생활을 했죠. 그로 인해 앉아서 노래하다보니 복식호흡도 안 되고 강한 퍼포먼스도 못 하죠. 체력적으로도하루 1~2시간 이상 연습을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어요."(이)

"20년 뒤에도 '음악하는 애들'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그 첫 걸음으로 대상을 받기 위해 열정을 불사르고 있습니다. '늘 고맙다'라는 말만 되풀이하시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우리 음악이 훌륭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홍)

대학가요제 제작을 맡은 신정수 PD는 "건전하고 풋풋한 이들의 음악에선 전혀 장애를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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