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생 4·18의거에 부친 조지훈 헌시 詩碑29일 제막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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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한 조지훈 선생의 시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를 서화가인 부인 김난희 씨가 직접 붓으로 옮긴 가로 252cm, 세로 70cm의 대형 서예작품. 사진 제공 고려대 박물관
작고한 조지훈 선생의 시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를 서화가인 부인 김난희 씨가 직접 붓으로 옮긴 가로 252cm, 세로 70cm의 대형 서예작품. 사진 제공 고려대 박물관
“그날 너희 오래 참고 참았던 의분이 터져 노도와 같이 거리로 거리로 몰려가던 그때… 사실을 말하면 나는 그날 비로소 너희들이 갑자기 이뻐져서 죽겠던 것이다.”

고려대 문과대 교수를 지낸 시인 조지훈(1920∼1968·사진) 선생이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고려대 학생들의 4·18의거를 찬양한 헌시가 46년 만에 시비(詩碑) 형태로 다시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이 시는 4·19혁명이 일어난 지 하루 뒤인 20일에 쓰여 1960년 5월 3일자 ‘고대신문’에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어느 스승의 뉘우침에서’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조지훈 선생은 이 시에서 ‘무지한 깡패 떼들’에게 정치를 맡겨 놓은 채 ‘현실에 눈감은 학문’을 하고 있던 자신에 대한 반성과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다 피 흘린 제자들에 대한 스승의 찬사를 담고 있다.

이 대학 졸업생들과 교수들은 문과대학 창립 6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지훈시비건립위원회’(회장 최동호 교수)를 만들어 시비 제작을 추진했고 내부 모금활동을 벌여 시비를 만들게 됐다.

최 교수는 “조지훈 선생의 많은 시 중에서 문학적으로 잘 다듬어진 시도 많지만 스승과 제자가 멀어지고 있는 요즘 세태에 학생들에게 참스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이 시를 선택하고 시비건립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비는 하늘(天), 땅(地), 사람(人)의 삼태극을 상징하는 화강암 3조각에 새긴 형태로 제작돼 29일 고려대 교내 문과대학 뒤편 공터에서 제막식을 치른다.

한편 이 시는 조지훈 선생의 부인이며 서화가인 김난희(82) 씨가 직접 붓을 잡고 가로 252cm, 세로 70cm의 대형 서예작품으로 완성해 이달 말까지 교내 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에서 선보인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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