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문과대 교수를 지낸 시인 조지훈(1920∼1968·사진) 선생이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고려대 학생들의 4·18의거를 찬양한 헌시가 46년 만에 시비(詩碑) 형태로 다시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이 시는 4·19혁명이 일어난 지 하루 뒤인 20일에 쓰여 1960년 5월 3일자 ‘고대신문’에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어느 스승의 뉘우침에서’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조지훈 선생은 이 시에서 ‘무지한 깡패 떼들’에게 정치를 맡겨 놓은 채 ‘현실에 눈감은 학문’을 하고 있던 자신에 대한 반성과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다 피 흘린 제자들에 대한 스승의 찬사를 담고 있다.
이 대학 졸업생들과 교수들은 문과대학 창립 6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지훈시비건립위원회’(회장 최동호 교수)를 만들어 시비 제작을 추진했고 내부 모금활동을 벌여 시비를 만들게 됐다.
최 교수는 “조지훈 선생의 많은 시 중에서 문학적으로 잘 다듬어진 시도 많지만 스승과 제자가 멀어지고 있는 요즘 세태에 학생들에게 참스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이 시를 선택하고 시비건립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비는 하늘(天), 땅(地), 사람(人)의 삼태극을 상징하는 화강암 3조각에 새긴 형태로 제작돼 29일 고려대 교내 문과대학 뒤편 공터에서 제막식을 치른다.
한편 이 시는 조지훈 선생의 부인이며 서화가인 김난희(82) 씨가 직접 붓을 잡고 가로 252cm, 세로 70cm의 대형 서예작품으로 완성해 이달 말까지 교내 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에서 선보인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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