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왜 이리 □□녀가 많아?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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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간석동녀’가 도대체 누구야?”

직장인 최윤석(29) 씨는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인천 간석동녀’란 이름을 발견했다. 자연스레 호기심이 발동한 최 씨는 ‘간석동녀 동영상’ 사이트를 찾아 마우스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동영상은 평범한 뉴스 프로그램. ‘휴가철 해수욕장 인파 붐빈다’는 내용의 뉴스에서 인천 남동구 간석동에 사는 한 여성 피서객을 10초가량 인터뷰한 것. 그러나 이 동영상 밑에는 그녀의 미니홈피 주소와 이름이 공개됐고 “대박이네”, “슴가(가슴) 좋군”이라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 ‘개똥녀’부터 ‘간석동녀’까지

‘간석동녀’의 자매격인 ‘인형녀’와 ‘동대문녀’도 만만찮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형 같은 외모’로 알려진 인형녀의 정체는 가수 지망생인 조민혜(19) 씨. 자신을 닮은 인형과 나란히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된 뒤 그녀는 하루아침에 인터넷 스타가 됐다. 동대문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다 찍은 ‘셀카(셀프 카메라)’ 사진 한 장으로 주목받은 ‘동대문녀’도 마찬가지.

TV에서 볼 수 없는 스타들이 인터넷을 통해 양산되고 있다. ‘∼녀’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월드컵 길거리 응원에서 깜찍한 외모로 주목을 받았던 ‘시청녀’나 ‘엘프녀’는 잘 나온 사진 한 장으로 데뷔했다. 지하철 안에서 강아지의 오물을 치우지 않아 집단 몰매를 맞았던 ‘개똥녀’와 반대로 월드컵 길거리 응원이 끝난 뒤 말없이 쓰레기를 치운 ‘치우녀’에게는 칭찬이 쇄도했다.

최근에는 능력은 없으면서 허영심에 들뜬 여성을 가리키는 ‘된장녀’가 등장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더구나 ‘된장녀’는 실체가 없는 가상의 인물이다. 영화 ‘괴물’에서 음악을 듣다 괴물에게 끌려간 여성 출연자는 ‘괴물녀’로 명명됐다. 일부 연예 기획사에서는 신인을 데뷔시키기 전 얼굴을 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진을 띄우기도 한다.

○ 참을 수 없는 ‘마초닷컴’ 시대의 가벼움?

‘∼녀’ 자매들이 주목을 받는 것은 순식간이다. 사진이나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 누리꾼들은 하루 만에 그녀의 미니홈피 주소, 사진, 이름, 집 주소까지 찾아낸다. 그녀의 사진 밑에는 그녀의 얼굴, 몸매에 대한 감상평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새로운 ‘∼녀’가 탄생하면 과거의 ‘∼녀’는 쉽게 잊혀진다. 쉽게 주목받은 만큼 사라지는 속도 역시 빠르다.

전문가들은 여성을 상품으로 보는 마초적 문화가 인터넷이란 매체의 즉흥성과 만나 빚어낸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이는 여성들을 사회의 주류에서 벗어난 마이너리티로 인식하는 남성들이 주도하는 문화”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은경(32) 간사는 “선정성과 흥미 위주의 이슈를 양산해 내는 누리꾼과 이를 좇는 인터넷 매체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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