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 17년경력 도지원-신애라, 첫 스크린 외출

  • 입력 2006년 8월 9일 22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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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 물을 충분히 마셨지만 두 여배우를 맞이한 순간 목이 타들어갔다. 꼿꼿한 자세와 탱탱한 피부. 인터뷰 내내 관심은 "몸 관리를 어떻게 했을까"였다. 침은 알아서 꼴깍 넘어갔다.

17일 개봉하는 공포영화 '신데렐라'에서 도지원(38)은 성형외과 의사이자 딸을 둔 엄마로, 한 주 후인 24일 개봉하는 영화 '아이스케키'에서 신애라(37)는 전라남도 곡성군의 억척스러운 아줌마로 등장한다. 생물학적 나이만으로 치면 비련의 여주인공도 아깝지 않지만 연기 생활 17년 경력의 두 사람. 1990년대 청춘스타가 17년 만에 '엄마' 역으로 대결을 벌이다니… 부러움보다 격려의 박수가 더 어울릴지 모른다.

도지원의 앞에는 서늘한 아이스티 한 잔이 놓여있었고 신애라는 팝콘을 쥐고 있었다. 우연인 듯 각자의 영화 속으로 들어간 듯 했다. 자연스레 "나이 먹는 게 서럽지 않냐"는 질문부터 던졌다. 카페는 점차 '찜질방'으로 변했고 인터뷰는 수다판으로 변해갔다.

● 성형외과 의사와 서늘한 아이스 티 마시기

"아휴, 전 아직도 별명이 소녀란 말이에요. 벌써 엄마 역할이라니…"

지난달 31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도지원. "아가야, 사랑한다"라며 섬뜩하게 읊조리는 영화 속 모습 때문인지 몰라도 그녀의 아이스티는 어름보다 더 서늘해보였다.

"'뭬야'로 대표됐던 사극 '여인천하'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이 목표였죠. 하지만 제게 들어오는 드라마 대본들이 다 '악녀' 뿐이어서 막막했죠. 그러던 차에 '신데렐라'라는 영화가 신선하게 다가왔죠."

-뭐가 그렇게 신선하던가요?

"'악' 소리 나고 갑자기 뭐 튀어나오는 공포 영화들은 무서워서 제가 전혀 보지 못해요. 그런데 '신데렐라'는 모성애가 공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공포를 위한 공포영화가 아니라서…."

영화 '신데렐라'는 성형외과 의사인 윤희가 딸(신세경) 친구들의 얼굴을 집도하면서 일어나는 공포를 담았다. 성형수술이 엄마와 딸을 이어주는 모성애이자 공포의 대상인 셈. 아직 미혼인 그녀가 모성애 연기 노하우가 궁금했다.

"'아가야 사랑한다'라며 딸을 사랑스럽게 부르는 모습 등은 어렸을 적 어머니를 생각 하니 자연스레 몰입이 되더군요. 나중에 감독님이 '결혼도 안 한 배우가 더 엄마 같다'며 감동받으셨대요."

-이번 영화로 오히려 결혼이 더 멀어지는 건 아닌가 걱정도 들어요.

"두려웠다면 출연을 안 했겠죠. 그보다 제가 좀 소심한 데가 있어요. 대학생 때도 남자 선배가 절 부르면 부끄러워서 땅바닥만 쳐다봤어요. '땅에 뭘 흘리고 다녀요?'라며 놀리는 조교도 있었죠."

"17년 전 한 매니저로부터 영화에 더 어울린다는 말을 들었지만 내 길이 아니라고 말했다"는 그녀. 17년 만에 '유턴'한 소감은 어떨까?

"별 느낌 없어요. 원래 성격도 있는 듯 없는 듯해요. 17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아요. 한결같은 연기자로 남고 싶은 것. '뭬야'는 좀 강했지만. 하하"

● 전라도 '아줌씨'가 팝콘을 먹는 법

"세월 무상하죠. 하지만 전 지금 배우이자 주부잖아요. 엄마 역을 맡은 건 마치 제게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요."

7일 오후 서울 용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애라에게 인터뷰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팝콘이었다. "팝콘 진짜 좋아해요. 이것 좀 드시면서…"라는 그녀. 두 손가락 사이에 팝콘 세 네 개를 끼우기도 했다. 팝콘을 먹는 속도만큼이나 그녀의 대답 역시 거침없었다.

"영화가 드라마보다 어렵더군요. 두 시간 분량을 몇 개월에 걸쳐 촬영하니 훨씬 섬세하고 큰 화면에 제 모습이 나오니 제 결점들이 모두 보여요. TV에서는 예쁜 각도로 찍어달라는 요구도 할 수 있었는데 영화는 적나라하더군요."

-데뷔 17년 만에 첫 영화 출연인데 많이 늦은 듯해요.

"글쎄요. 전 우리 애들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죠. 애들하고 영화관 갈 때면 '왜 애들과 함께 볼 한국 영화는 없을까'하고 고민하던 차에 '아이스케키'는 애들과 함께 봐도 좋겠구나 생각했죠."

'아이스케키'는 삶은계란, 반딧불, 반공포스터 등 옛 추억이 사진첩처럼 등장하는 '대한뉴스'같은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밀수 화장품 장사를 하는 1960년대 싱글맘. 그녀의 첫 번째 임무는 그간 TV에서 보여주었던 도시적인 이미지를 없애는 것이었다. '쌩얼'(맨얼굴)은 필수였고 전라도 출신의 연극배우 황영희 씨로부터 사투리도 배워야 했다.

"펑퍼짐한 옷, 다크서클 생긴 눈…. 아휴~ 제 모습 너무 못생겼죠? 남편(차인표)에게 전화해서 하소연 했더니 '오히려 못생기게 나와야 영화가 성공한다'며 달래주더군요."

-그래도 첫 출연작이니 나름대로 기대하는 바가 클 것 같아요.

"(입양딸) 예은이에게 좋은 영화로 남았으면 해요. 미혼모가 아이를 낳아 기르는 싱글맘 가족과 보육원 아이들이 형제보다 서로 더 아끼는 모습 등 세상에는 여러 가지 가족 형태가 있다는 걸 예은이가 알았으면 해요."

"'신애라'보다 억척스러운 아줌마 한 명이 나오는 영화로 기억되길 빈다"라는 그녀, 어느덧 팝콘을 반이나 먹었다. 마치 새 영화 '팝콘'에 출연한 억척스러운 아줌마처럼….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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