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3>一葉蔽目, 不見泰山

  • 입력 2006년 7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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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가끔 사기를 당하는 사람이 있다. 사기를 당한 사람은 대개 사기를 당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는 눈에 무엇이 씌웠던 것 같다’고 말한다. 사람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이다. 왜 하필 그런 사람을 선택했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이와 동일하다. 과연 무엇이 눈을 덮었을까?

‘一葉蔽目, 不見泰山(일엽폐목, 불견태산)’이라는 말이 있다. ‘一’은 ‘하나’라는 뜻이고, ‘葉’은 ‘잎사귀’라는 뜻이다. ‘蔽’는 ‘덮다, 가리다’라는 뜻이고, ‘目’은 ‘눈’이라는 뜻이다. ‘一葉蔽目’은 ‘하나의 잎사귀가 눈을 가리다’라는 말이 된다. ‘不’은 ‘않다’라는 말이고, ‘見’은 ‘보이다’라는 뜻이며, ‘泰山’은 중국의 산둥 지방에 있는 큰 산의 이름이다. ‘不見泰山’은 ‘태산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이를 합치면 ‘一葉蔽目, 不見泰山’은 ‘잎사귀 하나가 눈을 가려도, 커다란 태산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과연 그런가? 그렇다. 조그만 잎사귀 하나가 눈을 가려도 태산은 보이지 않는다. 사기를 당할 때는 대개 어떤 욕망에 사로잡혀 있을 때이다. 다른 때는 그토록 쉽게 보이던 진실이 그때는 보이지 않는다. 남녀가 만나 장래의 배필을 정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할 고귀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그 중요한 시기에도, 잠시나마 외모 혹은 다른 조건에 사로잡히면, 다른 때는 그토록 쉽게 보이던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이 사소한 욕망 하나에 눈이 가리면 우리에게는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 진실을 그리워만 할 일이 아니다. 나에게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고 탓할 일도 아니다. 그런 때는 나의 마음에 어떤 욕망이 자리잡고 있지 않은가를 의심해 볼 일이다. 이것이 ‘一葉蔽目, 不見泰山’이 말하려는 깊은 뜻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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