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되찾은 ‘강아지똥’ 민들레꽃으로 새로났네

  • 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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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달이’로 알려진 배우 김성은이 어린이극 ‘강아지똥’의 주연을 맡아 5년 만에 대중 앞에 나선다. 김재명기자
‘미달이’로 알려진 배우 김성은이 어린이극 ‘강아지똥’의 주연을 맡아 5년 만에 대중 앞에 나선다. 김재명기자
김성은이 연기하는 강아지똥은 ‘아무 쓸모없는’ 것 같지만 거름이 되어 예쁜 민들레꽃을 피운다. 사진제공 극단 모시는사람들
김성은이 연기하는 강아지똥은 ‘아무 쓸모없는’ 것 같지만 거름이 되어 예쁜 민들레꽃을 피운다. 사진제공 극단 모시는사람들
《열다섯은 그런 나이다.

어른들 눈에는 맨 피부와 교복 입은 모습이 마냥 예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어떻게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하는.

아역 배우 김성은(15·경기 고양시 화수중 3년)도 그런 것 같았다.

기말 시험 마지막 날이었다는 그는 교복 대신 ‘나름대로’ 가슴이 강조되는, 목선이 시원하게 드러나는 핑크 무늬 원피스 차림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옷 색깔에 맞춰 입술에 살짝 바른 핑크빛 립스틱과 7cm 높이의 하이힐 샌들까지….

엄마 박선이 씨는 “‘순풍 산부인과’ 때 (송)혜교가 꼭 저랬다”며 웃었다.

이 깜찍한 ‘여배우’의 모습에서 한때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그러나 정작 스스로는 그토록 지워버리고 싶었던 영악하고 시끄럽고 식탐 많은 미달이’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민들레꽃을 피우는 강아지똥

“강아지똥이 스스로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있을 때가 저에겐 ‘미달이 시절’이었던 같아요.”

지난해 자신의 미니홈피에 “미달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칼로 찌르고 싶었다”고 고백할 만큼 ‘미달이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기에 다시 그 이름을 꺼내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이를 배려한 듯 먼저 그 이름을 입에 올렸다.

“4월 쯤 ‘강아지똥’ 출연 섭외를 받고 이 작품을 보러갔다가 울컥하면서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오래 고민하지 않고 출연을 결심했죠.”

그는 어린이극 ‘강아지똥’의 주연을 맡아 5년 만에 대중들 앞에 다시 선다. 권정생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동화를 원작으로 한 이 연극은 ‘아무 쓸모없는’ 강아지똥이 다른 사람들의 놀림에 스스로를 하찮은 존재라고 여기며 괴로워하지만 결국 거름이 되어 예쁜 민들레꽃을 피운다는 내용.

“스스로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흙 아저씨’로부터 ‘너는 더러운 똥이야’라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자신에 대해 깨닫는 대목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와 닿았어요.”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도전하는 그는 “제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젠 안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순풍 산부인과’에는 미달이나 의찬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역들도 참 많았어요. 사람들의 기억에 남지 못했던 아이들. 그런 걸 보면 전 참 많은 걸 누렸었구나, 싶어요.”

○스타 미달이에서 배우 김성은으로

“겉으로 감정표현을 잘 못하는 편인데 지난해 방송(‘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가 공개적으로 (아역배우로서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밝힌 것이 제게 큰 도움이 됐어요. 이제는 그저 평생 좋은 연기자로 살고 싶어요.”

지금 다시 연기를 시작하면 ‘미달이’만큼 인기를 끌 수 있을까?

“저는 그냥 연기를 하고 싶을 뿐이지 꼭 무언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스타가 되고 싶지도 않고 꼭 주연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역할이든 제게 주어진 연기를 열심히 하다보면 저절로 주목받을 수도 있고, 아니더라도 제가 최선을 다했다면 상관없을 것 같아요.”

‘꼬마스타 미달이’가 아닌 ‘배우 김성은’은 벌써 민들레꽃을 피우고 있었다. 8월 3∼15일 화∼금 오전 11시 오후 3시. 토 일 공휴일 오후 2시 4시.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1만5000∼2만 원. 02-507-6487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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