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꿈의 이국땅서 발견한건…‘캥거루가 있는 사막’

  • 입력 2006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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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가 있는 사막/해이수 지음/352쪽·9500원·문학동네

해이수(33) 씨의 첫 소설집 ‘캥거루가 있는 사막’에는 작가가 호주 유학생으로 지내던 시절의 직간접적 체험이 담겨 있다. 작품공간으로서의 호주나 유학생활은 최근 우리 문학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던 소재다. 작가는 필명만큼이나 낯선 공간과 체험으로 독자를 이끌고 간다.

중편 ‘돌베개 위의 나날’은 영주권을 얻어 호주에 이민하려는 젊은 유학생 부부의 삶을 묘사한 작품. 주인공 남자는 아내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다가 청소 일에 나서게 된다.

일하는 내내 “너 석사라면서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느냐”는 구박을 받는 남자. 귀빈 여자화장실 변기가 막혀서 물이 넘치자 고민하던 남자는 철퍼덕 주저앉아 시커먼 물 속에 손을 집어넣는다. 바닥 깊은 곳에 손을 넣어 꾸역꾸역 꺼낸 것은 배설물과 뒤범벅된 생리대. 끔찍한 하루였지만 당일 급여를 받고 나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작가는 ‘돌베개…’뿐 아니라 할머니 관광단에 휘둘리는 현지 가이드(‘우리 전통 무용단’), 아내로부터 도망치려는 선배를 돕는 유학생(‘어느 서늘한 하오의 빈집털이’) 등을 통해 이국에서 온몸으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땀과 눈물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다소 예스러운 문장에 적나라한 밑바닥 체험이 담겼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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