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특집]태초의 파노라마… 푸껫 팡아 만 시카약

  • 입력 2006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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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약을 탄 관광객들이 팡아 만의 바위섬 테라스 밑을 패들링하고 있다. 팡아 만은 이런 섬이 셀 수 없이 많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시카약을 탄 관광객들이 팡아 만의 바위섬 테라스 밑을 패들링하고 있다. 팡아 만은 이런 섬이 셀 수 없이 많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국내에서도 최근 패들(paddle) 스포츠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패들 스포츠는 조정 래프팅 카누 카약 등 ‘노를 젓는 스포츠’. 여행과 레포츠의 주제가 자연으로 옮겨지면서 강에서 타던 조정이 계곡으로 오고, 급류를 타던 나무 뗏목은 고무보트로 바뀌었다. 인플래터블(Inflatable·공기주입식) 카약으로 태고의 신비가 간직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 태국 푸껫의 팡아 만으로 안내한다.》

푸껫 섬. 지진해일(쓰나미)이 할퀴고 간 상처로 아픈 기억이 짙은 이곳. 그러나 섬은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다시 찾아온 유럽과 아시아의 관광객으로 활기가 느껴진다.

푸껫 섬과 주변 육지로 둘러싸인 바다, 팡아 만.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장식하는 것은 예쁜 섬이다. 초록의 나무로 뒤덮인 석회암의 바위섬. 점점이 떠 있는 섬 사이로 보이는 또 다른 섬과 바다, 그리고 하늘.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곳에서 본다.

멋진 바다는 바라만 보기에는 아깝다. 만져도 보고 싶고 또 가까이 다가가 머물고도 싶다. 그러나 큰 배로는 갈 수 없는 바위섬. 그래서 사람들은 큰 배에 인플래터블 카약을 싣고 다닌다. 고무 튜브로 만든 카약은 큰 파도가 없는 바다에서 레저용으로 사용된다.

푸껫에서 탄 배는 30인승 유람선. 팡아 만의 멋진 곳으로 카야킹을 나가겠다고 하니 선장이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자기만 믿으라고 한다. 선장은 이곳에서 배를 몬 지 17년 된 베테랑. 작은 무인도의 해변 등 팡아 만을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라고 옆에서 거든다.

카약을 내린 곳은 섬 3개가 삼각형을 이룬 곳. 파도는 잔잔했고 섬은 조용했다. 물론 무인도다. 노를 저어 바위벽 아래 조그만 비치로 갔다. 무인도의 비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섬 공략에 나섰다.

그가 안내한 곳은 섬의 바위벽. 아무리 봐도 배 댈 곳이 없었다. 의심쩍은 표정을 짓자 조금만 기다리라고 손짓한다. 노를 저어 가까이 접근하자 수면 위로 작은 굴이 보였다. 누우면 겨우 빠져나갈 만한 크기. 선장은 카약의 선두를 거기에 댔다. 그리고는 공기주입구를 열어 카약의 공기를 약간 뺐다. 부피가 줄어든 카약에 거의 눕다시피 해서 굴로 들어갔다.

동굴 길이는 약 50m. 굴 천장의 돌을 손으로 붙잡고 카약을 밀면서 겨우 통과하자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온통 절벽으로 둘러싸인 정글 속의 작은 호수다. 깎아지른 바위벽은 제멋대로 자란 나무와 덩굴로 뒤덮였고 초록빛 물 위로는 맹그로브(바닷물에서 자라는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섬 밖의 바다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 카약이 아니었다면 절대 만날 수 없는 풍경이다.

이런 지형을 ‘홍(Hong)’이라고 부른다. 석회암으로 이뤄진 카르스트 지형에서만 볼 수 있다. 석회암 바위가 오랜 세월 동안 내린 빗물에 용식돼 뚫린 구멍이 바로 홍이다. 절벽으로 싸인 라군(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에서는 숨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적막하다. 태초 이래로 인간의 간섭이 없었으니 모든 게 자연 그대로다. 노 젓는 소리에 스스로 놀랄 정도다.

1시간 뒤 이 섬을 빠져 나왔다.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또 한 섬을 찾았다. 이 섬에서는 홍을 찾는 대신 외벽의 테라스(파도에 침식돼 파인 바위의 슬래브) 아래로 패들링하면서 섬의 풍광을 즐겼다.

팡아 만에는 이런 섬이 셀 수 없이 많다. 휴가철이면 많은 유럽인이 그룹을 이뤄 시카약 투어에 나선다. 2, 3일 배에서 숙식하며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섬을 찾아 나서는 모험을 즐기는 것이다.

○ 여행정보

◇시카약 투어 ▽하루 일정=현지의 피피섬 여객선이나 아일랜드 호핑 투어 회사에서 제공 ▽전문투어=패들아시아(www.paddleasia.com). 팡아 만에서 처음으로 시카약 투어를 시작한 회사다.

푸껫=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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