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비는 홀로 내리지 않는다… 5人의 ‘레인 메이커’

  • 입력 2006년 5월 2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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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이 아니었다면 저는 오늘 이곳에 없었을 겁니다.”

2월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에서도, 이달 9일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2006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 행사에서도 비가 잊지 않고 공을 돌린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신의 뒤를 그림자처럼 쫓는 스태프.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촬영을 위해 비가 부산에 머물고 있는 26일에도 비즈니스 매니저, 로드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보디가드, 카메라 감독 등 20여 명의 ‘레인 메이커’들은 한 세트처럼 움직인다. 그들에겐 세계적인 한국발(發) 문화상품 ‘비’를 만들어 나가는 어떤 기획이 있는 것일까.

오전 8시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비와 함께 빡빡한 스케줄을 ‘감내’하고 있는 박우현(35) 스타일리스트 팀장, 정욱(34) 마케팅 팀장, 조해성(34) 연기팀장, 권태은(32) 음악 프로듀서, 정성탁(28) 안무팀장. 5인의 ‘레인 메이커’를 24일 서울 청담동에서 만났다.

○비의 미국 진출 뒤엔 우리가

▽정욱=4년간 ‘비’라는 상품이 어떻게 하면 미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중요한 건 미국 음반 시장에 걸맞은 단계적인 홍보였어요. ‘프로듀서 인지도 높이기-폭탄 홍보-가수 진출’ 순이죠.

▽권태은=미국 음악 시장은 프로듀서가 최고 권력자입니다. 비가 미국에 진출하기 전 프로듀서인 박진영 씨가 먼저 진출해 윌 스미스나 메이스 같은 흑인 래퍼들의 음반에 프로듀서로 참여했죠. 그렇게 친분을 쌓은 후 피 디디나 제이지, 나스 같은 래퍼들에게 은근슬쩍 비의 동영상을 보여주고는 “내가 키우는 애야”라며 노출을 시켰죠. 음악 작업이 없는 날에는 비의 홍보자료, CD, DVD를 넣은 배낭을 메고 언론사를 방문했어요. 1년이 되니 주요 방송사인 ABC에서 비의 다큐멘터리를 찍겠다는 연락이 오고 타임지(誌)에서도 전화가 걸려 왔죠.

▽정욱=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은 하나의 오디션 개념이었어요. 뉴욕은 미국 대중문화의 심장부와도 같은 곳이고 비는 미국 팝 시장에서는 신인 가수이기 때문에 일종의 ‘오디션’ 개념으로 공연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자부심만은 잃지 않기 위해 우리의 홍보 문구를 ‘아시아의 아이콘’으로 정했죠.

▽박우현=‘타임 100’ 행사 때 비가 최연소였어요. 최대한 단정하게 보이려고 검은색 턱시도에 넥타이도 검은색으로 통일했죠.

▽정성탁=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은 비의 미국 공식 데뷔 무대라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시도보다는 기존에 봤던 비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게 중요했죠. 기존 안무대로 연습만 두 배 이상 했어요. 대신에 맥주 캔을 손으로 찌그러뜨리는 등 파워풀한 모습을 보강했죠.

○비의 사생활 뒤에도 우리가

▽정욱=비는 올해도 바쁩니다. 다음 달 일본에서 두 번째 싱글 ‘프리웨이’를 발매하고 국내에서도 2년 만에 새 앨범을 냅니다. 연말부터 내년 5월까지는 아시아 11개국에서 35회에 걸친 ‘레인 아시아 투어’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 투어 때는 전담 영양사와 심리치료사도 따라붙어요. 이제 사생활 관리마저 ’레인 메이커’들의 몫입니다.

▽조해성=요즘 비의 이미지는 ‘멀티 엔터테이너’입니다. 과거엔 춤추며 노래하는 광고를 찍었지만 현재는 전자제품, 휴대전화기, 금융권 광고 등 춤하고 관련 없는 ‘쿨’한 이미지의 광고에 출연해요. 이에 반해 해외의 경우 비를 홍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펩시 콜라 같은 소비량이 많은 물품 광고 출연에 주력하죠.

▽박우현=이미지 하니까 생각난 건데 비는 자신의 코디 방법을 메모해 제게 줄 정도로 자신에게 관심이 많은 친구죠. 그래서 제가 늘 피곤해요. 단점이 있다면 체구가 너무 커서 옷 만드는 데 너무 힘이 든다는 것이죠.

▽정성탁=덩치가 큰 건 춤에서도 가끔 단점이 되기도 하죠. 비는 외국 가수들처럼 재주넘는 걸 잘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저랑 같이 체조학원에 가서 텀블링을 배울 계획입니다.

▽정욱=비가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이 핵심이에요. 얼마 전까지 영어 선생님이 일대일로 붙어서 하루 8시간 넘게 공부를 했는데 워낙 스케줄이 불규칙하다 보니 선생님이 포기하시더라고요. 요새는 비 스스로 노트북에 CNN 뉴스랑 외국 드라마를 넣고 보더군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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