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월드컵]“훈련하게 해주세요”…방송3社에 연일 시달려

  • 입력 2006년 5월 2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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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끝났다” 2006 독일 월드컵 출전을 앞둔 한국축구대표팀이 19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대표팀은 27일 스코틀랜드로 최종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23일 세네갈, 26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국내 평가전을 치른다. 파주=김동주 기자
“준비는 끝났다” 2006 독일 월드컵 출전을 앞둔 한국축구대표팀이 19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대표팀은 27일 스코틀랜드로 최종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23일 세네갈, 26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국내 평가전을 치른다. 파주=김동주 기자
5월 18일자 386c 만화.
5월 18일자 386c 만화.
“앞으로 미디어와의 접촉은 내가 하겠다.”

2006 독일 월드컵 개막을 20여 일 앞두고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 중인 한국축구대표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18일 선수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선수들의 입단속을 시킨 이유는 일부 언론의 지나친 취재 공세로 인해 팀 분위기를 해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KBS MBC SBS 3사는 경쟁적으로 오락 프로그램까지 동원해 갖가지 특집 방송을 추진하면서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에까지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파주 NFC에서 열린 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에서 방송사 오락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이상한 질문을 쏟아냈다. “동료 선수 중 누가 제일 잘생겼다고 생각하나” “첫 골은 누가 넣을 것 같은가” 등의 질문이 나오자 대표팀의 주전 수비수 이영표(토트넘 홋스퍼)는 “어디서 오셨나요? 전 오락 프로그램과는 인터뷰 안 합니다. 스포츠국에서 온 분한테만 질문을 받겠습니다”고 쏘아 붙였다.

‘진공청소기’ 김남일(수원 삼성)은 19일 “주위가 너무 산만하다보니 집중력이 떨어진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훈련에만 전념했으면 한다”고 심정을 밝혔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2002년 월드컵에 비해 방송사의 취재섭외 요청이 2배로 늘었다”며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고 전했다.

방송사별로 개별 프로그램마다 섭외 요청을 하는 바람에 방송사는 자사의 취재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 한 방송사 제작팀은 NFC 식당 내부를 촬영하겠다고 생떼를 썼다. 또 다른 방송사 제작팀은 아드보카트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 단독 인터뷰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방송사들이 월드컵에 이처럼 ‘다걸기(올인)’를 하는 이유는 월드컵 광고 특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방송 3사는 월드컵 기간 중 경기 중계와 특집 방송으로 모두 800억 원의 광고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고 단가가 가장 비싼 경기는 13일 오후 10시 방송되는 한국과 토고와의 경기로 15초당 2500만 원. 19일과 24일 오전 4시에 열리는 한국과 프랑스 스위스와의 대결은 15초당 1700만 원이다. 방송 3사는 ‘전파 낭비, 시청자의 선택권 박탈’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광고 단가가 비싼 한국 경기를 일제히 방송한다는 계획이다.

스포츠 저널리즘 전문가인 송해룡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 같은 과열 방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마디로 방송 윤리의 실종”이라고 평가했다.

‘아프리카의 복병’ 토고, ‘세계 최강’ 프랑스, ‘유럽의 신흥 강호’ 스위스와의 월드컵 대결을 앞둔 한국축구대표팀. 하지만 월드컵을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각 정부 부처의 등쌀과 방송사의 무리한 취재 요구에 벌써부터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지단 “때가 어느땐데… 영화보러 가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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