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베일벗은 위대한 예술가의 아내… ‘화가의 아내’

  • 입력 2006년 5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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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의 아내/사와치 히사에 지음·변은숙 옮김/320쪽·1만5000원·아트북스

프랑스 화가인 피에르 보나르가 누드화를 자주 그린 것은 아내 마르트의 영향이 컸다. ‘작은 새’ 같다던 마르트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보나르와 결혼했지만 남편에게조차 수십 년간 자신의 본명과 과거를 숨겼다. 씻어버리고 싶은 과거가 있었던 듯, 마르트에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목욕을 하는 결벽증이 있었다. 그녀의 슬픈 습관이 보나르의 누드화들을 탄생시킨 것.

‘화가의 연인’보다 ‘화가의 아내’는 덜 매력적이다. 위대한 예술가에게 생활의 냄새가 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지, 화가의 아내는 오랫동안 잊혀진 존재였다. 저자는 간혹 출생연도도 알 수 없을 만큼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화가의 아내를 추적해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그들을 책의 주연으로 내세웠다.

렘브란트를 비롯해 밀레 로세티 마네 세잔 모네 고갱 르누아르 피카소 등 모두 19명의 화가와 아내들의 삶, 그리고 화가들이 그린 아내들의 초상화 19점이 책에 실렸다.

아내들은 화가의 뮤즈(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술의 신)이기도 했고, 경제적 버팀목이기도 했다. 독립적 예술세계를 지닌 거장들도 가정 내의 역학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인상파 화가인 모네가 후기에 주로 풍경화를 그리게 된 것은 두 번째 아내 알리스가 집 안에 모델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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