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학교’서 공부하는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망

  • 입력 200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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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종양으로 한양대병원에 입원 중인 손민균 군(왼쪽)과 김연비 양이 2일 병원 내 어린이학교에서 이정자(서울 금호초등학교) 선생님과 함께 주사위 놀이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악성 종양으로 한양대병원에 입원 중인 손민균 군(왼쪽)과 김연비 양이 2일 병원 내 어린이학교에서 이정자(서울 금호초등학교) 선생님과 함께 주사위 놀이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치료를 열심히 받고 공부도 열심히 해 내년 어린이날에는 친구들과 뛰어놀고 싶어요.”

2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병원 본관 7층 소아과병동 내 어린이학교.

15평짜리 6인 병실을 고쳐 만든 어린이학교 교실에서 창백한 얼굴의 최성원(9·초등학교 4년) 군이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색종이에 이등변삼각형을 그렸다.

왼팔에는 굵은 주삿바늘이 꽂혀 있다. 성원이 키보다 더 큰 인퓨전 펌프(링거액 투여 장치가 달린 긴 막대 모양의 기계)에서 링거액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성원이는 자원봉사자인 장안초등학교 문남순(45·여) 선생님에게서 수학을 배우는 중이다.

림프구성 백혈병을 앓아 지난달 입원한 성원이는 항암 치료를 받느라 몸이 많이 지쳐 있다. 하지만 빨리 나아 친구들이 있는 학교로 돌아가려고 열심히 공부한다.

병원 어린이학교는 백혈병이나 심장질환 등으로 장기 입원해야 하는 유치원생과 초중고교 학생을 위해 만들어졌다.

1시간 이상 수업을 들으면 관할 교육청이 출석으로 인정한다. 어린이 환자는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이 일대일로 만난다.

4월 말 현재 전국의 14개 병원 학교에서 450여 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다. 9월에는 3곳이 더 생긴다.

성원이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대로 색종이에 이등변삼각형을 그리고 공책에 오려 붙이면서 “처음으로 병원에서 어린이날을 보내게 돼 너무 심심할 것 같다”고 한 후 “빨리 나아 내년 어린이날에는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다”며 웃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인 손민균(6) 군과 김연비(7) 양도 이날 어린이학교 수업을 들었다. 민균이와 연비는 자원봉사자인 금호초등학교 이정자(38·여) 선생님에게서 도형과 선긋기를 함께 배웠다.

연비는 신장악성종양으로 2월에 입원했다.

항암 치료를 받느라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린 연비는 “지난해 어린이날에는 집 근처 놀이공원에 갔는데 이번에는 아파서 갈 수 없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민균이는 2002년 안구(眼球)에 악성 종양이 생긴 뒤부터 두 달 간격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느라 어린이날을 즐겁게 보낸 적이 없다.

민균이 어머니 성인순(34) 씨는 “민균이가 병 치료로 몸이 많이 지쳐 있지만 그래도 최근 며칠은 어린이날 때문인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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