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獨동포2세 하그너 씨 “심청전 듣고 자라 한국 낯설지 않아”

  • 입력 200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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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리허설 중인 한국계 독일인 바이올리니스트 비비안네 하그너 씨와 피아노 앞에 앉은 작곡가 진은숙 씨. 원대연 기자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리허설 중인 한국계 독일인 바이올리니스트 비비안네 하그너 씨와 피아노 앞에 앉은 작곡가 진은숙 씨. 원대연 기자
“엄마가 어려서부터 심청전, 춘향전 같은 옛날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셔서 한국이 낯설지 않아요. 그래도 서울은 생각보다 훨씬 더 혼잡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인 것 같습니다.”

30여 년 전 간호사로 독일 베를린으로 이민을 갔던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바이올리니스트 비비안네 하그너(29) 씨. 그가 고국 무대에 선다. 2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8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시 덕양어울림누리극장에서 재독 작곡가인 진은숙 씨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서울시향과 협연하는 것.

“어머니는 간호사, 아버지는 의사였지만 병원에서 처음 만나신 건 아니래요.(웃음) 두 분 다 클래식 애호가였는데 뮌헨에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보다가 만났다고 해요.”

하그너 씨는 10대 시절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주빈 메타의 지휘로 열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조인트 콘서트에 협연자로 초청돼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특히 현대음악 해석에 뛰어난 연주자로 꼽힌다.

음악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 수상작인 진 씨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2001년 세계 초연했으며 2월 18일에는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사이먼 홀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세계 초연했다.

24일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린 리허설 도중 하그너 씨는 서울시향 상임작곡가인 진 씨와 연주 도중 수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하그너 씨는 “진 선생님의 곡은 색깔이 너무 아름답고, 선생님이 평소 심취해 있는 인도 명상음악의 요소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베를린 필 지휘자 사이먼 래틀 경이 ‘세계 작곡계를 이끄는 차세대 5인’으로 꼽은 진 씨는 “제 곡은 연주하기 어려운 현대음악이라 세계적인 연주자들도 꺼리는데 하그너 씨는 마치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연주하듯이 편하게, 프레이즈 하나도 빼먹지 않고 연주해 놀랍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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