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요커]베일속 ‘오푸스 데이’ 타임 취재에 응해

  • 입력 2006년 4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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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에 보면 ‘오푸스 데이(Opus Dei·신의 사역이라는 뜻의 라틴어)’라는 가톨릭 단체가 나온다. 소설 속에서 오푸스 데이는 필요하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광신도 집단으로 묘사돼 있다. 오푸스 데이는 5월 19일 영화 ‘다빈치 코드’의 개봉을 앞두고 영화를 제작한 소니픽처스의 모기업인 소니사에 해명을 요구하며 공개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얼마 전에는 가톨릭 전문작가가 책을 쓸 수 있도록 자료 지원을 해 줬고 미국 지역 책임자가 뉴욕 맨해튼 사무실에서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타임은 최신호(24일자)에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오프스 데이를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

전 세계에는 8만5500명, 미국에는 3000여 명의 회원이 있는 오푸스 데이는 1928년 당시 26세였던 스페인 수도사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사진)가 창설했다. 회원에 가입하려면 영적 헌신을 강조한 6년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뉴머러리스(Numeraries)’로 불리는 핵심 회원은 전체의 20%. 이들은 사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전 세계 1750개 센터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수입의 대부분을 헌금으로 바친다.

전체 회원의 70%에 이르는 ‘슈퍼뉴머러리스(Supernumeraries)’는 일반인과 비슷한 생활을 하지만 적어도 하루에 2시간은 수행에 몰두해야 한다.

오푸스 데이 회원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회원인 ‘뉴머러리스’가 사용하는 기도 도구(위)와 허벅지에 차는 고행 도구. ‘뉴머러리스’들은 전 세계 1750개 센터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사진 제공 타임

미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오푸스 데이의 미국 내 자산 규모는 3억4000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는 28억 달러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는 ‘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타임의 분석이다.

실제로 뉴욕 맨해튼의 17층짜리 건물의 구입을 앞두고 6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기부가 들어오기도 했다. 오푸스 데이는 1982년 바티칸 교황청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몰렸을 때 이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푸스 데이는 맨해튼에 있는 미국 본부 건물에 안내 표지판도 제대로 세우지 않는 등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자산규모는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오푸스 데이의 정치적 영향력은? 오푸스 데이의 영향력이 큰 폴란드에는 장관을 포함해 몇몇 고위 공무원이 회원으로 있다. 미국에서는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과 릭 샌토럼 상원의원, 보수 성향의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노백 씨 등이 회원일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로 꼽힌다. 오푸스 데이 회원들은 아직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회원이라는 사실을 잘 공개하지 않는다.

한편 소설에서 오푸스 데이 회원은 바닥에 피가 흐를 정도로 자신의 몸에 채찍질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취재에 응한 오푸스 데이 회원들은 “소설에 묘사된 것처럼 고행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취재 과정에서 “일정 간격을 두고 회초리 소리가 들렸다”고 타임은 보도했다. 이 같은 엄격한 규율과 비밀주의 때문에 미국에서 오푸스 데이 회원 수는 수십 년째 정체 상태에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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