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도쿄기담집’…하루키의 몽환적 입담

  • 입력 2006년 4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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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기담집/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임홍빈 옮김/280쪽·9500원·문학사상사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단편소설을 모은 ‘도쿄기담집’에는 일상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이한 이야기 다섯 편이 들어 있다. 작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과 환상의 경계를 초월해 일상 속에다 비현실적인 일들을 자연스럽게 풀어 놓는다.

‘시나가와 원숭이’에서 안도 미즈키는 언제부턴가 갑자기 자기 이름을 잊어버리는 병에 시달린다. 구청 상담원의 추적 결과 원숭이가 고교 시절 안도 미즈키의 이름표를 훔쳐가 버리는 바람에 이름을 잊어버리는 병에 걸렸다는 게 밝혀진다. 내용은 황당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은 안도 미즈키를 억눌렀던 심리적 상처다. 현대인 누구나 안고 있음직한 마음의 지옥을 기괴한 방식을 통해 비춰 주는 얘기다.

아파트 24층과 26층 사이에서 실종된 남편의 이야기, 아들이 바다에서 죽은 지 10여 년 만에 아들의 혼령이 바다를 떠돌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 어머니의 이야기…. 이렇듯 기묘한 이야기들은 부담 없이 읽히다가 어느 순간 가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전달한다. TV 드라마 ‘환상특급’을 보는 것 같은 분위기다. 원제 ‘東京奇譚集’(2005).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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