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자녀교육 이야기]<6>최태지 정동극장장

  • 입력 2006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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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지 정동극장장(오른쪽)과 둘째딸 최세나 양. 최 극장장은 딸들을 어릴 때부터 공연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클래식 음악과 발레를 일상의 하나로 즐기게 했다. 변영욱 기자
최태지 정동극장장(오른쪽)과 둘째딸 최세나 양. 최 극장장은 딸들을 어릴 때부터 공연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클래식 음악과 발레를 일상의 하나로 즐기게 했다. 변영욱 기자
《최태지(47) 정동극장장은 발레의 대중화에 관심이 많다. 국립발레단장 재직 중 마련한 프로그램 ‘해설이 있는 발레’는 지금까지 10년간 이어지면서 발레의 저변을 넓히는 데 한몫했다.

그는 두 딸 최리나(20) 세나(17) 양에게도 예술을 가까이서 보고 들으며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감성 교육’을 실천해 왔다.

일부러 가르치기보다 아이들의 생활 곳곳에 예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다.》

○ 초등학교 때 무용을 가르쳐라

최 극장장은 딸들이 초등학교 때 일하는 엄마 때문에 방과후 학원만 오가는 게 싫었다. 같이 있을 시간도 늘릴겸 매일 자신이 일하는 발레단에 오게 했다. 언니들이 발레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발레를 배웠다.

최 극장장은 “발레를 하면 늘 큰 거울을 봐야 한다.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보고 ‘자기 관리’를 배우면 전체적인 몸가짐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인 둘째딸은 “어떤 운동을 하든지 폼이 다르다며 ‘무용 배웠느냐’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발레는 말없는 예술이기 때문에 발레리나는 몸동작 하나하나에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아이들이 어릴 적 발레를 배우면 감수성을 키우고, 자세도 바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전부터 발레를 가르치려는 엄마들이 많다. 최 극장장은 “뼈가 충분히 자라기 전에 무리하면 역효과”라며 “세계적인 발레리나들도 거의 초등학교 때 시작했다”고 말했다. 발레리나로 키울 생각이 아니라면 마루운동이나 리듬체조를 배우게 하는 것도 좋다고 그는 추천했다.

○ 클래식과 친해진 아이들

국내외 발레단의 공연을 거의 빠짐없이 봐온 그는 꼭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한국에서 열리는 발레 공연을 대부분 봤다.

아이들이 클래식 음악에 익숙해지는 것이 큰 소득. 그는 “아이들에게 ‘이 음악 호두까기 인형에 나온 것’이라고 하면 금방 기억해냈다”며 “발레를 이해하지 못해도 클래식 음악을 듣고 오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해설이 있는 발레’처럼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 프로그램이 처음 발레를 보는 아이들에게 좋다. 이후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인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를 비롯해 열정적이고 코믹한 ‘돈키호테’ 등을 보면 된다. 익숙해지면 현대 발레를 관람한다. 같은 공연도 발레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비교하면 더 재미있다.

그는 “21세기는 문화를 알아야 성공하는 시대”라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재능을 키워주는 것은 엄마의 몫”이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되지 않으면 성인이 된 뒤 다시 배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엄마들도 함께 배운다는 자세로 무료 야외 공연 관람부터 시작하라”고 말했다.

○ 엄마는 딸의 좋은 친구

딸들은 모두 유학을 떠났다. 큰딸은 발레학교를 나온 뒤 ‘잠시 다른 길을 가보고 싶다’며 캐나다 한 대학에 들어갔다.

최 극장장은 “한국의 발레 교육도 세계적 수준”이라며 조기 유학을 권하지 않았으나 리나 씨는 ‘최태지의 딸’이라는 이름에 큰 부담을 느꼈다. “엄마가 단장을 그만두라”며 울기도 했던 큰딸은 “혼자 힘으로 일어서겠다’”며 유학을 갔다. 지금은 발레를 계속할지 고민 중이다.

“진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아는 게 인생에서 가장 힘듭니다. 항상 자신에게 물으며 살라고 충고하지요. 같이 열심히 고민해 주지만 결정은 딸들의 몫입니다.”

그는 유학 중인 딸들과 인터넷 메신저로 계속 대화를 나눈다. “딸들이 일이 바쁘다며 ‘엄마 안녕’하고 나가려고 하면 ‘안 돼! 엄만 안 바빠. 심심해!’ 하면서 매달리죠.”

특히 엄마가 곁에 없는 딸들이 너무 자유분방해질까봐 예전보다 잔소리도 많이 하는 편이다.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 많이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도 함께 배어 있다. “CF에도 나오잖아요.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선생님이라고. 좋은 선생님은 물론 아이들의 좋은 친구도 되고 싶어요.”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발레든 힙합이든 몸으로 표현하는게 중요”▼

힙합댄스 라틴댄스 복고댄스에서 꼭짓점 댄스까지, 춤의 열풍이 불고 있다. 춤을 못 추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자칫 아이가 ‘몸치’여서 어울리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부모도 많다.

한국 춤정책연구소 장광열 소장(무용평론가)은 “무용 교육은 몸의 리듬감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테크닉’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 무용수로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테크닉만으로는 세계적인 예술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동작을 외워 콩쿠르에 내보내는 데만 급급한 학원에 현혹당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발레학원에 보낸 뒤 “왜 빨리 토슈즈를 신기지 않느냐”며 안달하는 엄마들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일단 유아기부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많이 들려줘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도록 하는 게 기본. 이렇게 하면 리듬감과 감수성이 길러진다. TV에 나오는 춤을 흉내내더라도 그대로 하지 말고 아이가 나름대로 안무를 해 보도록 격려하는 것이 좋다.

무용학원은 주제나 음악을 주고 몸으로 표현하는 체험 교육에 중점을 두는 곳이 좋다. 다른 아이들과 더불어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하면 사회성도 기를 수 있다.

발레든 한국무용이든 장르는 상관이 없다. 장 소장은 “아이가 힙합댄스에만 관심을 보인다고 해도 걱정하지 말라”며 “순수무용과 대중무용이 하나가 되는 게 세계적인 추세이며 중요한 것은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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